[ DJ 노믹스의 노동정책평가와 정책과제 ]

선한승 <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조정실장 >

DJ 노동정책의 요체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균형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유럽의 사회적 시장경제원리와 영.미의 신자유주의 경제원리를
적절하게 혼합하여 DJ식의 대중경제이론을 체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민주적 시장경제이론이 노동시장 정책에서 갖는 함의는 무엇인가?

한 나라의 노동시장유연화는 고용제도, 노사관계 그리고 사회보장제도를
통해서 결정된다.

따라서 모든 나라는 노동시장정책을 세워나갈 때 이러한 변수를 충분히
고려해서 그 나라에 가장 적합한 모형을 세워 나간다.

신정부는 출범 초기에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위해 영.미식의 정리해고에
관한 법제화를 단행했다.

이러한 노동시장유연화 정책은 노조와의 갈등을 수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고용유지 노력을 근간으로 하는 유럽모형을 병행할 수
밖에 없다.

제너럴모터스사(GM)의 노사교섭과정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정리해고가
비교적 자유롭다고 하는 미국에서도 노조교섭력은 노동시장유연화의 주요
변수가 된다.

우리나라의 노조교섭력을 고려해볼 때 독일의 폭스바겐(Volkswagen)
자동차협약에서 나타난 것처럼 작업공유제를 통해 해고를 최소화하는 모형을
병행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DJ노믹스의 노동시장정책은 영미식의 정리해고제에 의한 노동시장
유연화와 유럽의 고용유지 모형을 적절하게 배합한 한국적 모형의 구축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는 바로 얼마전에 타결된 현대자동차의 노사타협 결과에서 확인된바 있다.

DJ 노동정책은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합의주의, 실업대책 그리고
신노사문화창출 세가지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구현되고 있다.

먼저 신정부 노동정책의 특징은 노사정위원회를 통해서 각인되고 있다.

이는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를 통해서 노사 일체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주의 노사관계모형은 서구에서 가장 발전된 모형으로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교환논리에 의해 모두가 승리하는(win-win)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구체적 표현은 현대자동차 노사분규현장에서 끝까지 공권력
투입을 자제한 것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도기계식 노사분규 해결방식은 국민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다 주는 악성 노사분규를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대내외 천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로 DJ 노믹스의 노동정책은 최근 실업대책 속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신정부는 8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실업기금을 통해서 사회안전망 구축을
비롯한 광범위한 종합실업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실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은 정치
사회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다.

이는 유럽의 여러나라가 지난 10년동안 두자리 숫자의 높은 실업률을
보이면서도 사회안정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보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셋째, DJ 노믹스의 노동정책에 빼놓을 수 없는 과제는 신노사문화 창달이다.

신정부는 IMF체제를 조기에 극복하고 21세기 선진사회 구축을 동시에 실현
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노사 모두 공정한 고통분담을 통해 노동개혁을 완수해야 하며 선진복지사회
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 모두 과거의 낡은 의식과 관행을 과감히 타파해야 하고
노동제도개혁을 위한 새로운 노사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