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동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은 DJ 노믹스를 발간하는 전 과정을 이끌어온
사령탑이다.

김 수석은 "이 책이 국민들이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를
바란다"며 DJ 노믹스의 실천의지를 밝혔다.

- DJ 노믹스는 과거 정부의 경제철학과 어떤 점이 다른가.

"과거 정부는 성장 물가 국제수지 등 양적인 경제지표를 설정하여 정부가
끌고 가는 형태였다.

DJ 노믹스는 양적인 목표보다 질적인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경제운영의 틀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실행하는 기본목표에
따라 다시 짜는 것이다.

김영삼 정부의 "신경제"는 구조적인 개혁은 이루지 못했으며 고통의 분담만
강조한 나머지 성과를 나누는 부분은 등한시 됐다.

그러나 DJ 노믹스는 시장의 정의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성과를 공유토록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어 차별화된다"

- DJ 노믹스는 정부역할에 대한 모델을 독일의 질서자유주의에서 찾고 있는
듯한데.

"질서자유주의는 여러 가지 요소 중의 하나일 뿐이다.

과거정부의 사례를 보면 관치경제도, 자유방임주의도 부작용을 낳는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공정한 경쟁과 사유재산권을 보장하는 시장질서를 유지
시키는 가운데 나머지는 모두 자유에 맡기는 체제를 지향하는 것이다.

여기에 "신자유주의"가 주창하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실현하여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시장원리를 존중한다는 철학이 가미된다.

"신제도학파"가 내세우는 "내생적 성장이론"도 흡수했다.

이 때문에 DJ 노믹스는 인적자본을 중시하고 지적기반사회를 만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 김대중 대통령은 공무원이 개혁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는데 관료들의 개혁의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번에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19개 부처 공무원들과 접촉해 보니
그분들에게 개혁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단편적으로는 개혁적인 면이 많지만 조직화되어 그 힘이 결집되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연공서열 때문에 우수한 인력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공직사회에 승진과 봉급 등에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 개혁하겠다"

- 경제개혁에서 입법부와 사법부의 역할도 큰데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사법부의 개혁은 사법부의 몫이다.

정치개혁은 대통령이 별도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연말께면 많은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

- DJ 노믹스는 정부개입을 최소화한다지만 기아자동차입찰이나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문제에 너무 깊숙이 개입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원칙은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장의 실패가 일어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그럴 가능성이 있으면 정부가 당연히 개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금융감독기관의 감독기능은 영국의 금융당국에 비해 훨씬
미약하다.

이 부분은 좀더 강화돼야 한다.

현대자동차 사건은 다소 문제가 있었으나 정부는 실정법을 어기는 사안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최소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 과거에도 정부조직을 국민에게 봉사하는 서비스 조직으로 개편한다는
원칙을 여러 차례 천명했으나 잘 안되었는데.

"당분간 기획예산위와 예산청을 통합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정부부처의
조직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의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은 꾸준히 이뤄 나갈
것이다.

상급자가 하급자를 평가하듯이 하급자도 상급자를 평가하는 제도의 도입을
검토중이다.

이를 통해 우수공무원의 잠재력을 발휘되도록 하겠다"

- DJ 노믹스가 성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첫째 노사화합이다.

노사협력 없이는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들 수 없다.

둘째 여야협력을 통한 정치안정이다.

정부의 개혁입법이 국회에 상정되어도 보류되거나 "물타기"가 이뤄져 제도
개혁을 제대로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제의 안정이 중요하다.

세계경제가 흔들리면 우리도 개혁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