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국제입찰의 유찰은 유감스런 일이다. 기업구조조정의 핵심과제
중의 하나인 자동차산업의 재정비가 그만큼 늦어지게 됐다는 점에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입찰에 참여한 국내의 현대 대우 삼성자동차와 미국
포드 등 4개업체의 응찰내역을 보면 유찰결정이 불가피했다는 점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응찰가격이 높고 낮음을 떠나 모든 응찰업체들이 추가적인 부채탕감을
부대조건으로 제시함으로써 입찰자체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의 소지를 제공
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응찰가격만을 기준으로
낙찰자를 선정했을 경우 국내에서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분쟁의 소지를
남겨 기아처리문제가 더욱 미궁으로 빠질 우려가 있었다. 따라서 일단 유찰로
결정한 것은 어쩔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남은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다. 기아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는 원칙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후속조치에 대한
기아입찰사무국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공식발표는 없었지만 일단 2차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차 입찰에서 낙찰자가 꼭 결정된다고 장담하기는 아직 이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인수가격에 대한 조건이다. 이번 입찰에서 응찰업체
모두가 추가적인 부채탕감을 조건으로 내건 것은 채권단이 요구하는 가격
조건으로는 도저히 인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아를 제3자에 인수시킨다는 원칙을 관철시키려면 채권단이 부채탕감
조건을 지금보다 신축적으로 제시하는 길밖에 없다.

물론 채권금융단의 입장에서도 무작정 깎아줄 수만 없는 입장이어서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왕에 국제입찰로 시작한 만큼
성공적인 결말이 나올 수 있도록 신축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아의 국제입찰이 잘못될 경우 앞으로 추가적인 국제입찰을 계획하고 있는
서울 및 제일은행과 한보철강 등의 처리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

그러나 기아처리의 우선순위는 어디까지나 조속히 매듭짖는다는데 두어져야
한다. 만약 공개경쟁입찰을 통한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할 경우 산업구조조정은 물론 전체 경제운영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경우에 대비해 수의계약에 의한 인수자결정을
차선책으로 검토해두어야 한다.

한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아인수자 결정이 어떤 형식으로 이뤄지든
국내자동차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구조조정 방향과 일치하는 결론이
도출돼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설비과잉문제의 해결을 도모하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자동차산업 전체의 경영위기를 가속시킬 우려가 있음을
입찰주최측은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