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 외국어대 교수.경제학.sj0319@unitel.co.kr >

새뮤얼슨의 "경제학" 초판이 출간된 때가 1948년이니 올해로 벌써 50년이
되었다.

"경제학"은 발간 초기부터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경제학 교과서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국제경제, 생산, 자본, 금융, 성장, 거시경제학 그리고 경제사상사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분야에서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보여준 새뮤얼슨은
그 어느 다른 저서보다 "경제학"에 심혈을 기울였다.

새뮤얼슨의 교과서는 무엇보다도 45도선을 도입해 케인스에 의해 제시된
국민소득 결정과정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유명해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소득결정이론에다 승수효과와 가속원칙을 접합시킴으로써 경기순환
이론을 발전시키기도 했다.

특히 새뮤얼슨은 힉스에 이어 신고전학파의 미시적 시장균형이론과
케인스의 거시경제이론을 접목시켜 신고전파 종합이라는 새로운 학문체계를
완성시켰다.

그 결과 신고전파 종합은 2차대전 이후 30여년간 경제학계에서 가장
중심적인 이론으로 자리잡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경제정책의 이론적 근거로 활용되었다.

그러다 80년대에 들어와서는 과연 그동안 정부의 시장개입 수준이
적정하였는지, 그리고 수요 조절을 통한 경제안정화 노력은 과연
최선이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신고전파 종합을 토대로 하던
경제정책은 본격적으로 도전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이런 도전은 80년대 미국의 지속적 경제침체와 맞물려 전후 30년간
강단을 지배해왔던 "경제학"의 가르침은 다소 주춤하게 되었다.

신고전파 종합에 대한 비판은 하나의 체계적인 이론에서 시작되었다기보다
여러가지 이론들이 제각기 나름대로의 경제분석틀을 제시하는 가운데서
이루어졌다.

첫째 이념적으로는 하이에크를 중심으로 하는 철저한 개인주의를 토대로
하는 시장론자의 득세를 지적할 수 있다.

이들은 전후 30년간을 지배해 오던 신고전파 종합의 절충주의를 철저히
부정하고 완전한 시장으로의 복귀를 강조하고 있다.

둘째 경제이론적으로는 합리적 기대이론의 등장을 들 수 있다.

합리적 기대이론에 따르면 시장은 항상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달성시킨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가능한 모든 정보의 분석에 기초하여 경제적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모형을 경제예측에 맞추어 최신의 것으로 개량한다고 한다.

그 결과 정부의 개입은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한다.

셋째 정책적으로는 공급경제학의 대두를 지적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신고전파 종합에서는 수요를 통한 경기조절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공급위주의 경제학에서는 총수요보다 총공급 능력의 증대를 통한
생산력 증대를 도모하고자 하였다.

공급경제학에서는 공급능력을 저해시키는 모든 요소를 찾아 이를
제거함으로써 국가의 생산능력을 최대한 증대시키고자 했다.

그런데 이들에 의하면 국가의 생산기반 확충의 최대 걸림돌은 세금 및
정부 규제로 지목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경제활동에서의 직접적인 정부
역할의 축소를 의미하였다.

넷째 최근 코우즈, 노스, 포겔 등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새로이
부각되기 시작한 이른바 신제도학파의 영항력 역시 신고전파 종합에
치명적인 일타를 가했다고 평가된다.

코우즈정리를 토대로 하는 신제도학파는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경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기보다 정부는 단지 재산권만을 확실히 보장하고
당사자들이 스스로 분쟁을 해결토록 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이같이 80년대 이후 신고전파 종합은 경제학계의 전방위에서 비판을 받고
점차로 후퇴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이들 이론이 현실 경제를 설명하는데 더욱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 예를 몇가지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세계적으로 경제성장률보다 무역증가율이 앞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역국간의 소득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더욱 벌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아시아의 외환위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아시아 같이
세계적으로 무역거래에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는 국가들의 소득이
다른 지역보다 빨리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둘째 전통적 무역이론은 이른바 포도주와 섬유와 같은 산업간의
특화현상을 기초로 하고 있었는데 반해 세계적으로 무역이 가장 활발한
유럽공동체의 경우는 산업내(intra-industry) 무역이 더욱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셋째 작년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었던 이자율과 환율의 동반 상승 역시
전통적인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넷째 지난해 미국 경제에서 나타난 성장잠재력을 능가하는 경제성장,
그리고 물가 및 실업률 동반 하락의 공존현상 역시 전통적인 교과서
이론으로는 설명되어지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외에도 세계금융시장의 취약성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서도 기존의 경제적
처방은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같이 최근에 와서는 전통적인 경제이론만으로는 실물 및 금융부문에서
발생하는 일을 충분히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21세기를 맞이해 세기말에 새롭게 대두되는 현상을 가장 적절히
설명할 수 있는 이론틀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 폴 새뮤얼슨 약력 ]]

<>1915년 미국 인디애나주 개리시 출생
<>1935년 시카고대학 학사
<>1936년 하버드대학 석사
<>1941년 하버드대학 경제학 박사
<>1947년 MIT대 교수
<>197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