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행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가 10%선을 넘어섰다는 것은
정말 보통일이 아니다. 러시아경제위기로 국제금융시장 상황이 대혼란상태
이기 때문에 다른 아시아국가나 중남미국가 채권들도 폭락(가산금리 상승)
하고 있는 양상이기는 하지만, 15%대(기준인 미재무부 증권금리에 가산금리
포함)의 외평채금리가 국내 경제에 몰고올 파장은 걱정스럽기만 하다.

우선 해외로부터의 신규차입이 거의 불가능해질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정부가 발행한 국채 실세금리가 15%대인만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해외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하려면 이보다 훨씬 더 높은 금리를 물어야할 것은
당연하다. 신규차입을 사실상 중단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항제철 등 우리나라의 간판격 대기업들도 예외일 수 없다.
금융기관 구조조정과 관련, 해외에서 발행할 예정이던 ABS채권(자산담보부
채권)도 차질을 면치못할 것으로 봐야한다. 이는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재정
부담을 늘리는 등 또다른 문제를 불러올수도 있다. 이미 들여온 외채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은 물론이다.

국내 금리와 환율도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금리(회사채
수익률 기준 11.9%)보다 국제금리가 높아진만큼 기업들의 자금조달패턴도
달라질 것이고, 그것은 결국 실세금리상승을 부르는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절하되는 쪽으로 갈 것 또한 분명하다.

문제는 그 폭인데, 이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할 소지가 크다.
재경부가 4백억달러의 가용외환보유고, 1백억달러를 훨씬 넘어선 거주자외화
예금 등을 근거로 신규외화차입이 어려워진다 하더라도 당장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고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인식을 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국제금융시장은 내달 1일로 예정된 미국과 러시아간 정상회담이
1차적인 변수가 될 것 같다. 클린턴과 옐친이 러시아사태해결을 위한 협조
방안에 합의하고, 역시 내달초순으로 예정된 IMF(국제통화기금)총재와 중남미
국가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동이 잘 풀린다면 현상황은 상당히 호전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클린턴-옐친회담은 결과를 낙관만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인만큼 정부차원에서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가산금리를 낮추기 위해 외평채를 되사들이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는게
일부 외환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재경부는 이는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의 국제금융시장상황은 기본적으로 세계경제가 나쁘기
때문에 빚어지는 것인만큼 국내경제를 되살리려면 수출지원도 늘려야겠지만
내수진작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러시아경제위기로 가중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국내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말 다각적이고 신축적인 대응이 있어야 할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