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장>

25일로서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이 달에 우리는 건국 5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한국의 사회 경제 발전사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의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IMF관리경제 아래 추진하고 있는 김대중 정부의
경제개혁이 개발 연대이래 우리만의 한국형 발전모델에 세계적 보편성을
지니도록 개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작동시켜온 한국형 모델은 아시아 변방의 빈곤국이 구미 선진국을
따라가려는 캐치업 모델이었다.

전략산업 설정과 관치에 의한 금융배급으로 대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산업우위형 금융종속형 체제에 안주하면서 정부의 "보이는 손"에 의한
압축성장의 누적 부실은 냉전체제 이후 금융의 글로벌화와 글로벌 스탠더드
앞에 여지없이 그 정체를 드러내고 말았다.

우리 국격의 추락은 이미 국제관계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동서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난 후 프랑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인류가 지향하는 역사의 종착역으로 갈파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김대중 정부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동시 창달을
통치이념으로 삼은 것은 문명국으로서 정치와 경제시스템의 완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취임이후 외환 부도 직전의 상황에서 외환 보유고를 4백억달러이상으로
확충하고, 환율 안정화와 함께 연 20%에 가까운 금리를 10%이하로 일단
안정시키고, 노.사.정 사회협약을 유도해낸 것은 높게 평가돼야 할 것이다.

집권 첫 1년 동안에 개혁을 완성한다는 일정표를 놓고 볼때 다음 6개월은
김대중 개혁의 성패를 결정짓는 분수령으로 한국경제의 다음 반세기의 발전
초석을 다진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험난한 노정이 예견되고 있다.

지난 70년대에는 석유파동 속에서 중동 건설 러시가 있었기 때문에
실업의 문제가 없었다.

이번 IMF 관리 체제에서는 일본을 위시한 아시아와 러시아 등 주변여건이
전혀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 형국이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우선 개혁의 향도로서 건실한 금융기관을 더욱
뚜렷하게 부각시켜야 한다.

예금자의 우량은행 선택으로 우량 금융기관은 초우량화가 되어 자금
중개기능을 빨리 회복해야 한다.

21세기 국가경쟁력의 1차적 원천은 금융의 효율화에서 찾아야 한다.

미국과 영국의 금융경쟁력은 총체적 경제효율을 가져오고 있다.

금융정상화가 실현될때까지 한시적으로 재정확대를 통한 산업의 기반
붕괴를 막고 수출 여력을 계속 확충해야 할 것이다.

책임정치의 논리처럼 경영 실적에 따라 상벌체계를 명확히 하고 도처에
응축된 도덕적 해이는 과감히 청산돼야 한다.

확실한 개방화 전략과 국제적 공준에 맞는 결합재무제표제도를 빨리
정착시켜 가야한다.

생산자 책임제도와 시장의 힘을 통한 소비자 주권의 철저한 확립은
기업구조조정의 가장 효율적 방법이 될 것이다.

하이에크의 지적처럼 어떠한 관료도 시장의 "위대한 힘"을 능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노조는 지금이야말로 근시적인 집단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외자 유치를
통한 경제 회생이 고용확대의 첩경이라는 중기적 논리를 수용해야한다.

현대자동차 노사협상현장에서 외신의 관심을 보더라도 법치에 의한 협력적
노사관계는 대외신인도제고에 가장 유용한 신호로 되고 있다.

실업대책은 극빈층의 생계보조는 물론 실업 기간동안 재훈련과 신기술
연마로 앞으로의 취업에 대비해 자가충전을 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심어주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지난 6개월 동안 식물국회의 이미지도 대외신인도 저하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사실을 정치권이 통감해야 된다.

적어도 경제 개혁에 관한한 다음 6개월은 여야간의 밀월기간이 돼야
할 것이다.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에 확실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저비용 정치시스템의
확립으로 정경유착의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봉쇄하는데 정치권이 앞장서야
한다.

현행 고비용의 지구당 운영조직과 같은 정치행태는 이제 정보화시대에
전혀 맞지않는 것이다.

그리고 고통의 분담 뒤에 생겨날 희망의 씨앗으로 IMF체제 이후에 나타날
중기 국가 비전을 정부는 제시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