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오늘로 출범 6개월을 맞았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경제체제 하에서 여야 정권교체로 집권한 김대통령은
그동안 경제와 외교 두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새 실험을 해왔다. 경제는
공.사기업 금융 노동 등 4개 분야를 시장경제체제로 바꾸는 수술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외교는 경제개혁에 대한 외부의 지원을 끌어내는데 초점이
두어졌다.

이 두 분야 모두 개혁작업이 진행중이어서 그 성패를 따지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신문이 각계 지도급 인사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정부출범 6개월 경제성적 설문조사" 결과(본지 24일자 1면 머리기사)는
앞으로의 경제개혁 방향과 관련해 시사하는바 적지 않다.

우선 응답자들이 매긴 새정부 6개월동안의 경제성적은 평균 70점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때 낙제선은 아니지만 만족할만한 성적도
아니다. 분발을 촉구하는 격려의 의미도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좀더 두고 봐야겠다는 유보적인 의미가 짙게 깔려있다고 보는 것이 옳은
평가일 듯 하다.

김대통령 스스로가 어제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도 평가했듯이
새정부의 최대업적은 국가를 부도위기에서 건져낸 것이라고 할수 있다.
작년말 88억7천만달러에 불과했던 가용외환보유고가 7월말현재 사상처음
4백억달러를 넘어섰고 2천원대에 육박하던 대미달러환율은 1천3백원대,
30%선을 넘나들던 시중금리는 10%안팎에서 안정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올들어 산업생산은 전년대비 10%이상 줄어들고 실업이 급증하는가
하면 수출은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이는등 실물경제는 깊은 늪속을 헤매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들어 이전의 초긴축정책에서 벗어나 재정적자를
확대하는 등 성장잠재력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수 있을지는 정부관계자들로 부터도 자신있는 답변을 듣기가 어렵다.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정부가 자신들의 개혁은 등한시한채 민간부문
개혁만 강요하는 것도 큰 문제다. 기업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도
현대자동차 노사분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듯 정부 스스로는 원칙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기업의 구조조정을 더욱 힘들게 하고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사태이후 해외에서 한국물 채권값이
사상 최저로 급락한 것은 외국투자자들의 실망감을 입증해주는 대목이다.

언제까지나 "70점짜리 정부"에 만족해할 국민은 없다. 새정부가
국내외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확고한
원칙이 적용되는 구조조정과 시장원리에 의한 제도개혁을 신속히 마무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김대통령이 새로운 국가기본철학으로 내세운 "제2의 건국"을
위해서도 모든 분야에서 원칙과 시스템에 의한 개혁을 성공시키는 일이
급선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