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외자유치 방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기업들의 사정에 따라, 또는 국내에 진출하려는 외국기업들의 전략에 맞춰
여러가지 새로운 외자유치 기법이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요즘 눈길을 끄는 대표적인 형태는 합작사를 설립한 후 이 회사에
사업부문이나 자산을 넘기는 방식이다.

한솔제지 OB맥주 한화기계 삼성중공업 등이 그런 예다.

한화기계는 이달초 독일의 기계업체 FAG에 3억8천도이치마르크(약3천억원)에
베어링사업부문을 넘기되 FAG가 우월지분(70%)을 갖는 합작사 "FAG한화베어링
코리아"를 설립하고 이 합작사가 베어링사업을 인수하는 방식을 취했다.

FAG는 합작회사를 통해 국내 대리점과 거래선 등 영업망을 일괄인수하고
제조 영업 마케팅 등의 국내전문인력을 그대로 사용, 국내시장진입장벽을
극복하게 된다.

한화는 합작사의 경영에 참여, 외자유치 재무구조개선외에 임직원들의
고용승계문제를 해결했다.

볼보와 삼성중공업도 건설중기부문을 7억5천만달러에 거래할 때
"볼보건설기계코리아"라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을 취했다.

삼성이 10% 지분참여하는 이 자회사는 건설중기부문을 인수하면서 삼성측의
임직원들을 대부분 흡수했다.

두산은 OB맥주의 주식을 인터브루에 50%를 매각하고 인터브루와 합작사를
만들어 맥주사업을 전개키로 했다.

이로써 인터브루에서 유입되는 3천5백억원으로 맥주사업부문의 2금융권
부채를 상당부분 상환할 수 있게 됐다.

OB는 97년말 총부채 6천3백억원중 2금융권부채가 78.6%에 달하는 등
단기부채가 큰 부담이었으나 이를 상당부분 경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인터브루의 해외자회사관리방식으로 보아 합작사의 경영도 OB가 주도권을
쥐게 될 것으로 두산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솔제지는 지난 12일 캐나다 애비티비사와 노르웨이 노르스케 스코그사와
함께 공동으로 5억달러를 투자, 3국합작제지회사(APN)를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9월말까지 설립될 APN사는 3사가 공동 경영하게 된다.

APN은 9억9천만달러에 한솔제지 전주 신문용지 공장과 중국 상하이 법인을
인수하게 된다.

모든 임직원들은 APN에 의해 고용승계된다.

한솔제지는 신문용지사업은 정리하고 대전.장항공장을 통해 인쇄용지,
포장지만 생산할 계획이다.

부채를 탕감받아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외자를 유치하는 것은 상호지보
등 채무가 많은 국내기업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방식이다.

한라펄프제지를 포함한 한라그룹의 외자유치방식이 대표적이다.

한라펄프제지는 21개 금융채권단 등으로부터 부채를 30~70% 탕감받고
나머지 부채인 2억2천만달러를 보워터로부터 자산매각대금으로 받아 부채를
모두 상환했다.

보워터는 한라의 자산을 바탕으로 "보워터한라제지"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한라펄프제지의 경영진과 직원을 모두 받아들였다.

한라로서는 이 방법으로 빚덩어리인 회사를 떼어내 그룹의 재무구조를
대폭 개선할 수 있게 됐다.

한라가 미국의 투자은행인 로스차일드를 통해 시도하고 있는 외자유치방안도
관심대상이다.

투자은행을 통해 투자자들을 모집, 1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부채탕감이 큰 변수가 되고 있다.

부채가 상당부분 탕감돼야 만도기계 등 한라계열사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로스차일드는 한라와 함께 현재 채권단과 부채탕감폭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자산을 매각하고 다시 임차받는 "세일&리스백"(sale & lease-back),
"세일&차터백"(sale & charter-back) 등도 유력한 외화조달방법이다.

대한항공이 보잉사의 737여객기 27대를 구입하면서 구입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여객기 16대를 매각하고 다시 이를 리스로 임차받아 운영하는 것이
이런 방식이다.

한진해운은 비슷한 방식으로 지난해 10월이후 28척의 선박을 매각한후 다시
용선, 지금까지 4억5천만달러를 조달하기도 했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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