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산업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생명보험 손해보험 양대 분야로 나뉘어져 있는 보험업계가 금융산업
구조조정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속에서 변화를 겪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지난11일 단행된 4개 부실 생명보험사의 퇴출.

이는 당사자인 국제 BYC 태양 고려 등 4개 생보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계기로 신뢰도를 높인 대형사와 그렇지 못한 중소형사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밖에 없다.

그 틈새에는 푸르덴셜 메트로폴리탄 뉴욕 등 미국계와 네덜란드 AGF 등
유럽계 대형보험그룹이 포진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의 위상 제고를 위한 더없이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대형 주도그룹과 틈새시장형 등으로 대대적인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손해보험사도 구조조정 회오리에 예외가 될 순 없다.

당국의 경영평가 결과 일반 손보사들은 퇴출대상에서 빠졌다.

그러나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판정된 대한 한국 양대 보증보험사의 처리
방향이 결정되면 손보시장 전체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보증보험사들은 재보험거래를 통해 대한재보험을 비롯 11개 일반 손보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또 양 보증보험사의 기존 업무중 일부를 중단시킬 경우 일반 손보사에
신규로 보증보험을 허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보증보험사 구조조정은 어떤 형태로든 전체 손보시장의 모습을 뒤바꿔
놓을 것이다.

특히 생명보험 손해보험에 대한 구분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생보업계의 변화는 손보시장에, 손보업계의 재편은 생보시장에 즉각 영향을
준다.

이같은 업계간 상호 작용에 따라 전체 보험산업은 엄청난 변신을 꾀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판도 변화의 진원지는 퇴출되는 4개 생보사의 계약을 안게 되는 삼성 교보
제일 흥국생명과 미국메트로폴리탄과 외자유치 협상중인 대한 등 대형사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우량보험사는 지금까지도 탄탄한 자금력과 대외 신인도를 바탕으로
사세를 키워왔다.

이번 부실생보사 계약이전은 이들에 있어 다시한번 대외적으로 "믿을 수
있는 보험사"임을 입증하면서 주도그룹을 형성할 게 확실시된다.

지난 5월말현재 삼성은 33조4천억원, 교보는 19조5천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초대형 보험사다.

총자산 3조5천억원인 제일과 3조2천억원인 흥국도 자산이 커지게 된다.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이행각서만 냄으로써 승인을 받은 신한 대신 동양 한일 SK 금호
한성 등 7개사중 일부는 선두그룹에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않다.

반면 이번 경영정상화계획서 평가에서 이행계획서를 제출하게 된 7개
생보사의 경우 경영여건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생보사는 영업보단 살아남기 위한 최소요건인 지급여력을 채우기 위한
자구노력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가 이번 1차 관문을 통과했어도 앞으로 추가 퇴출당할 보험사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같이 고객이 주도하는 추가 퇴출이 이루어질 경우 당국의 강제 퇴출보다
훨씬 큰 여파를 업계에 미칠 것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이와관련, "그동안 업계를 리드해온 기존 6개사 체제
대신 7~8개사로 구성된 새로운 리딩 그룹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처럼 리딩 보험사그룹과 각부문 강점을 지닌 틈새시장형 보험사들로
업계 전체의 모습이 바뀐다는 얘기다.

손해보험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이 미진했다는 점도 이번 구조조정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손보사의 경우 생보사에 비해 경영상태가 다소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한 한국보증보험 등 양대 보증보험사는 이미 보증보험사로서의
생존능력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지난 5월말 현재 대한보증보험은 1조6천3백85억원, 한국보증보험은
9천4백85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어쨌든 양 보증보험사의 구조조정은 어떤 형태로든 손보업계 전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게 확실시된다.

게다가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삼성 현대 LG 등 대형손보사와 중하위권
손보사간에는 시장위주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하위권을 중심으로 특정분야에 총력을 기울이는 틈새시장형 보험사로의
변신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론에 근거한 것.

구조조정의 회오리와 함께 불어닥치는 시장 개방은 회사간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각사 능력안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외에는 없다.

생 손보업계가 정상적인 변신을 꾀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바로 감독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도 "부실보험사에 대해 증자권고 또는 증자명령 등의
조치를 취해 왔으나 집행이 철저하지 못했고 효과가 기대에 미흡했다"며
감독상 잘못을 간접 시인했다.

이번 구조조정이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비판의 시각도 따지고 보면
보험감독당국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급여력기준을 해마다 바꾸는 감독당국을 보험사들이 어떻게 믿고
경영정상화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겠느냐는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은 그런
의미에서 설득력을 지닌다.

< 송재조 기자 songj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