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 일반은행중 3~4년뒤에 살아 남는 곳은 4개 대형은행과 틈새은행
몇개뿐이다"

지난해말 IMF사태직후 나온 매킨지 보고서의 골자다.

이 보고서는 당시만해도 "재미있는 시나리오"였을 뿐이다.

7개월여 흐른 지금은 금융감독위원회 사람들도 이 보고서를 인용할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보고서 내용에 공감하는 국내 금융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금감위도 빅뱅이 일단락되면 은행권 판세가 <>대형 은행간 합병을 통한
3~4개 선도 은행 <>지역경제에 특화한 소규모 지역은행 <>소매금융이나
주택금융부문 등 틈새시장을 주타깃으로 삼은 우량 중견은행 등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여기서 최대 관심사는 누가 선도 은행이 돼 국내 금융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냐 하는 점이다.

첫번째 유력한 후보로 국내 은행 합병 1호인 상업.한일은행이 꼽힌다.

자산 규모가 국내대형은행의 두배인 1백조원을 넘는다.

"합병 1호"라는 프리미엄도 무시못할 요소다.

금감위 관계자도 "시범 케이스인 만큼 화끈하게 지원하고 싶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정도다.

금감위는 정부 지원을 전제로 상업.한일은행이 50억달러이상의 외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합병을 추진해온 하나 보람은행도 외자를 유치한뒤 또 다른 은행을 추가로
합병할 경우 선도은행의 유력후보로 급부상할 수 있다.

장기신용 신한 등이 추가 합병후보로 거론된다.

제일 서울은행도 외국금융기관이나 재계 컨소시엄이 인수할 경우 초대형
은행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있다.

다음 후보는 합병상대를 구하고 있는 조흥이나 외환은행.

조흥은 신한 주택 장기 보람, 외환은 한미 국민 등을 짝짓기 후보로 꼽고
있다.

조흥-외환 합병도 그릴 수 있는 밑그림중 하나다.

이들 은행은 경영진 개편과 함께 합병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부실은행을 인수한 국민 주택 한미 등도 선도은행 후보에서 빼놓을 수 없다.

국민+한미 합병 가능성도 제기된 적이 있다.

특히 국민 주택의 경우 국내에서 자력으로 외자를 유치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은행에 들어간다.

그러나 선도 은행이 되는데는 넘어야 할 고비가 한 둘이 아니다.

국내 시중은행의 자산 규모를 감안할 때 선도 은행이 되려면 합병과정을
거쳐 어느정도 자산규모를 갖춰야 한다.

은행간 합병이 이루어져도 이질적인 문화를 제대로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느냐 못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직원간 융화문제는 시간을 축으로 늘어선 "지뢰밭"에 비유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 불거질 갈등과 반복은 조직의 생기를 빼앗고
끝내는 공멸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행과 신탁은행이 합병한 서울신탁은행이 서로 다른 기업문화를 하나로
만드는데 실패한 것은 좋은 예다.

많은 은행원들은 20여년간의 분란끝에 서울은행출신이 신탁은행출신을
누른뒤 그 "기념"으로 은행이름을 "서울은행"으로 바꾼 직후 퇴출위기에
놓이게 됐다는 식의 얘기를 자주 한다.

합병과정을 밟고 있는 상업 한일은행 등이 가장 경계하는 것도 직원간
인화문제다.

전문가들은 합병의 최종성공여부는 기업문화의 결합에 달려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완전히 새로워질 금융환경은 리딩뱅크를 지향하는 은행들엔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밀려드는 외국계 금융기관의 공세, 금융기관간 치열한 경쟁은 덩치가 크든
작든 은행들 앞에 가로놓인 기회이자 위협요소다.

은행불패 신화는 깨졌다.

구조조정후 대두할 선도은행 자리를 놓고 후보들간 각축전은 이미 시작됐다.

연초 공표된 미국 모건 스탠리의 한국 은행산업 분석리포트의 제목은 그
싸움의 의미를 극명하게 말해준다.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