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지향하는 연착륙 방식과는 대조적인 한국의 극단적 치료법"

부실채권정리 정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의 한 유력지는 한국의
금융기관및 기업퇴출 등 구조조정에 대해 이처럼 "부러움"을 표시했다.

새정부 출범 6개월동안 진행된 구조조정은 외국 언론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빠른 속도로, 그것도 상당히 "과격한"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등에 업은 정부의 직접 개입아래.

뱅크 보스톤의 윌리엄 오버홀트 아시아연구소장은 지난달 펴낸 보고서에서
"한국은 과도기적으로 중국보다 훨씬 더 강한 사회주의색채를 띨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여전히 가시적 성과가 없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고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구조조정만이 살 길"이라는 말은 시간이 흐를수록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최근들어선 환란에 이어 천재지변으로 아시아전체가 깊은 수렁에 빠지자
구조조정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 돼버렸다.

구조조정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

지금까지는 "잘 참고 있다"는 게 외국 석학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실업과 재정궁핍에 따른 사회적 갈등은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

그 결과로 찾아들 위기는 지난해말의 것보다 더 덩치가 크고 심각한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하지만 구조조정은 그자체가 희망이다.

구조조정에 성공하면 한국은 모든 면에서 제2의 도약을 약속받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과 함께 좌절된 선진국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IMF체제가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통을 참는 힘은 이런 청사진과 미래에서 나오게 마련이다.


<> 책임지는 경제주체 =그동안에는 정부 기업 금융기관 투자자 예금자 등
모든 경제주체가 자기책임 원칙에서 벗어난 경제행위를 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구조조정 이후엔 일이 잘못되면 각 주체가 책임을 져야한다.

환란의 주범이라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는 구조조정후엔
"범죄행위"와 같은 말로 통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이나 기업 모두 "부실"의 낙인이 찍히면 여지없이 퇴출을 당하게
된다.

적당히 정치권력에 빌붙고 금융기관에 뇌물을 먹여 연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주주는 감자(자본금줄임)로 손실을 감수해야한다.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은 "죄"에 대한 "대가"이다.

경영진은 자리를 잃을뿐 아니라 주주나 채권자에게 배상책임도 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지 모른다.

직원도 회사와 운명을 같이한다.

누구나 경제적, 사회적, 법적 책임을 나누어져야 한다.


<> 금융권은 비교우위전략에 따라 재편된다 =금융권은 각자의 여건과
능력에 맞는 비교우위전략에 따라 재편될 전망이다.

국제적인 규모로 대형화하거나 상대적으로 유리한 업무분야에 전문화해
경영효율과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수 개의 초대형은행과 소매금융 중소기업금융 투자금융
국제금융 등 업무적으로, 또 지역적으로 전문화된 중소형 은행이 조화를
이루며 서로 협력하는 체제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 벤처기업이 뜬다 =부실기업, 특히 저부가가치형 장치산업 등 경쟁에서
뒤진 기업은 도태된다.

그런 기업에 묶여있던 돈과 사람은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한 새
미래산업으로 이동한다.

창의와 혁신을 바탕으로 한 중소기업이 이 미래산업사회의 주인공.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가 다양해짐에따라 상품구조는 다품종
소량화하고 있다.

더욱이 제품 수명은 기술과 정보가 급속히 변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짧아지고있다.

이런 변화들은 중소기업이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 수밖에 없다.

경제는 자연스럽게 양에서 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뀔 전망이다.

지식집약형 벤처기업이야말로 변화의 중심세력이다.


<> 능력이 지배하는 시대 =구조조정과 함께 바뀔 금융기관의 여신관행은
새 중심세력을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이 부동산 담보위주에서 기술과 정보력 등 기업의 미래경쟁력으로
대출결정기준을 바꾸면 지식집약형 벤처기업은 비약할 수 있는 에너지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도 이런 미래산업에 제대로 투자해야 과실을 나눠가질 수 있다.

한마디로 기술과 정보만 있으면 금융기관이 빌려준 돈으로 사업을 해
성공할 수 있다.

그런 사업주가 많아지면 금융기관은 더욱 우량해지는 세상이 온다.

기업의 경영형태와 지배구조도 크게 바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재벌 등 대기업의 경우 지금처럼 오너가 전산업부문을 지배하는 선단식
경영을 하기가 어렵게 된다.

확장전략이 종전처럼 통하지 않는데다 내부거래금지 상호출자제한 등으로
그런 체제를 법적으로 유지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스스로 핵심사업분야에 힘을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개편해 나갈
전망이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