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를 둘러싸고 장기간 노사대립을 빚었던 현대자동차사태가 큰 진통
끝에 타결됐다.

이에따라 그동안 우려됐던 민노총의 노사정위원회탈퇴와 전국적 파업가능성
은 수그러들어 노동계 전반에 안정을 이룰 수 있게 됐다.

강성인 현대자동차노조가 터부시해 왔던 정리해고를 수용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사태가 타결됐다해서 모든 문제가 끝난건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고 그후유증은 심각할 것이란게 노동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우선 현대자동차 해법은 첫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지적이 강하다.

처음부터 법과 원칙이 무시된 채 파행적으로 다뤄져 왔다는 얘기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이 법과 경제논리보다는 인기를 의식한 정치논리를
앞세워 깊숙이 협상에 개입했다.

이들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켰을뿐 아니라 불법쟁의를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은 기업경쟁력제고를 위한 구조조정보다는 노사대립완화에 비중을
둔 중재안을 제시, 회사측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수천명으로 잡혀 있던 정리해고규모가 2백77여명으로 줄어들자 차라리
정리해고를 안한만도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을 반영한
것이다.

당초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는 근로자들의 생존권확보뿐 아니라 회사측도
생존을 건 구조조정이란 점에서 과거 임금인상을 둘러싼 협상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었다.

그러나 진행절차는 종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자세에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정리해고제는 노사정합의로 탄생해 국회의 입법까지 거친 제도다.

노동법상 협상대상이 될 수없도록 정해져 있다.

이번 파업은 처음부터 불법파업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노조는 정리해고에 반발하며 불법으로 공장을 점거, 철야농성을
벌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방관하다 문제가 커지자 중재에 나서는 등 시종일관
노조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모호하고 이중적인 태도 때문에 정부는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제역할
을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치권 역시 이번 파업의 합법여부를 고려하지 않은채 타결에만 몰두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협상만 타결된다면 현대자동차를 위해 법을 개정해서라도 정리해고시키지
않은 인력에 대해 직업훈련을 시켜 주겠다"는 국민회의 중재단의 약속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치권의 속성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는 평화적으로 타결됐음에도 대외신인도회복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정리해고를 실시한다는 것은 노사분규를 불러 일으킨다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결국 IMF 탈출구로 삼아 온 국가가 명운을 걸고 추진중인 구조조정은
현대자동차사태로 물꼬를 트기는 커녕 오히려 한 발 후퇴하게된 꼴이 됐다.

이에따라 회사측은 당장 임금삭감 등 추가적으로 실시해야할 구조조정계획
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측이 극심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 정리해고에 나서더라도 버티면
얻을게 있다는 것을 경험한 노조측이 또다시 불법파업에 나설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현대자동차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예의주시해
왔다.

그러나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면 정리해고가 제대로 될수 없다는 선례를
남겨 사업장마다 이문제를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대기업인 H사의 인사담당임원은 "이번 현대사태는 노조측에 기대치만 잔뜩
높여 놓은 결과를 초래했다"며 "그나마 현대니까 정리해고 대상자에게
위로금까지 줘가며 타협했지만 그럴 형편이 안되는 기업들은 어떡하란
말이냐"고 걱정했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