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난 사람 = 박영균 경제부장 ]

-5대그룹의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1차 부당내부거래 조사에서 4조1천억여원을 적발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봅니다.

부당내부거래는 우량기업의 에너지가 한계기업으로 흘러들어가 결국 그룹
전체가 부실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행위를 철저히 차단할 것입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관행을 인정하지 않은 무리한 법적용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재벌들은 이를 관행이라고 주장하지만 과거 그들의 확장수단이 바로 이런
내부거래입니다.

내부거래는 재벌들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세계는 글로벌스탠더드를 요구하고 있는데 기업을 50-60개씩 문어발식
으로 거느리고 세계와 경쟁한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재계에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경제성장에 공헌한 점도 인정할 필요도 있잖습니까.

"재계의 공과는 충분히 평가해야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경제체질을 표현하면 프리미엄체질입니다.

어떤 사업을 하나 인가 받으면 웃돈이 붙어가는 식이지요.

이러니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풍토가 만연했습니다.

결국 정경유착이나 문어발식 경영이 생기고 내부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젠 변해야 합니다"

-재벌들은 부당내부거래조사가 빅딜이나 기업구조조정을 압박하는 수단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기업 구조조정은 어떤 원칙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중요한 것은 기업구조조정을 외부적인 즉 반시장적인 힘으로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철저히 시장경제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얘기죠.

먼저 상호지급보증와 출자를 금지시켜 독립경영체제를 만들고 두번째로
부당내부거래를 차단해 능력있는 기업을 키우고 마지막으로 담보나 잡고
대출해 주는 금융기관의 전근대적 관행을 없애는 세가지가 중요합니다.

이 세가지 원칙이 지켜지면 기업구조조정은 저절로 이뤄질 것입니다"

-부당내부거래가 근절돼야 한다는데 대해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고
재계쪽에서도 자체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조사할 계획입니까.

"5대그룹정도 수준에 올라서면 팽창욕심보다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하려는
추세입니다.

6대에서 30대그룹이 오히려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더 큰 편입니다.

5대그룹 조사를 마치고 연내에 6-30대 그룹에 대해 조사할 겁니다.

지속적으로 단속하지 않으면 또 다시 거품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는 퇴출기업 판정자료로 활용됩니까.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자료를 가져 갔습니다.

참조할 수도 있겠죠.

우리 입장에서는 퇴출시켜라 말아라 하지는 않을 겁니다.

위의 세가지 원칙이 지켜지면 시장경제원칙에 따라 구조조정이 된다고
봅니다"

-최근 미국의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들어와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불공정행위의 소지는 없습니까.

"유통구조가 바이어스 마켓으로 변화되는 것은 큰 추세입니다.

할인 매장이 상품을 과장광고해 소비자를 유인하면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마찬가지로 공급업체에 납품가격을 낮추도록 강요했다면 제재를 받게 되죠.

소비자선택을 오도하거나 공급업체에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는지 조사할
생각입니다"

-금융쪽으로 이야기를 돌리죠.

현 경제위기의 원인중 하나로 금융시스템의 낙후를 꼽습니다.

지금처럼 금융시스템이 뒤떨어진 것은 경쟁체제가 도입되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금융시스템이 제자리를 못찾은 것은 세가지 큰 문제 때문입니다.

먼저 개발연대의 유산으로 정부의 힘에 의해 금융자산이 배분되온 관행
입니다.

두번째로 정부입김에 따른 관치인사를 들 수 있습니다.

세번째로 업무영역을 서로 칸막이 쳐서 종금사나 단자사 등을 만들고
경쟁을 배제한 점입니다.

결국 우량은행을 키우지 못한 것이지요"

-우리 금융기관이 영역별로 보통 30개라더군요.

30대 그룹이 하나씩 차지해서 말이죠.

"그렇죠.

그렇게 칸막이식으로 영역을 제한해 풀어주다보니 이렇게 금융이 낙후된
거죠.

이 시스템을 빨리 깨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정거래법을 엄격히 적용해 경쟁을 도입하는 방안은 어떻습니까.

"좋은 방안입니다.

이번에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금융과 보험업도 독과점을 규제할 생각
입니다.

앞으로 금융시스템 개선을 위해 금리담합이나 부당한 대출관행 등 경쟁
제한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입니다"

-지난 4월달에 은행들에게 공정거래법 자율준수지침을 만들 것을 요청
했는데요.

아직 성과는 없습니까.

"은행연합회와 금융기관에서 자꾸 이의를 제기하는데 추진이 늦어지면
공정위가 직접 은행준수지침을 만들어 시행할 생각입니다"

-금융기관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겠군요.

"일본의 어떤 교수는 시장구조가 시장행위를 결정한다고 했죠.

즉 불공정행위는 잘못된 시장구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동안 금융이나 보험업을 공정거래법에서 배제해온 정부입장도 문제였지만
앞으로는 철저히 감독할 것입니다"

-상호지급보증문제는 당초 예정대로 2000년 3월까지 해소가 가능합니까.

"지난번 정.재계 간담회에서 재계측이 해소계획을 오는 9월10일까지 재무
개선약정서에 포함해 주거래은행에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은행들은 가능한한 지급보증을 넉넉히 받으려고 하는데요.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해 지급보증을 요구한 부분은 은행들에게 자진
해소토록 요청할 계획입니다.

민자유치사업이나 사회간접자본 건설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에 대출할때는
사업의 수익성이나 타당성을 보고 돈을 빌려 줘야 합니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무조건 지급보증을 관행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죠.

이 때문에 민자유치사업도 지지부진하고 지급보증해소도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전처럼 은행들로 하여금 자진해소토록 하고 앞으로 이런 대출관행을
근절시킬 생각입니다"

-재계에서 빅딜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합병으로 시장구조가 변해 독점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데 어떻게 하실
방침입니까.

"빅딜은 시장경쟁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정부는 세제개편이나 제도개선으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일단 공정거래법은 기업결합으로 인한 규모의 효율성이 독점폐해보다 클
경우 예외로 인정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덩치가 커졌다고 국제경쟁력이 반드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안별로 검토가 필요합니다"

-지주회사의 제한적 설립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요.

"전경련은 자유롭게 설립하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시민단체는 허용이
빠르다는 상반된 입장입니다.

현재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인데 당쪽에서도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조건을 부쳐 허용하기로 한 만큼 원안대로 추진할
것입니다"

-공기업 민영화에 따른 독점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실 겁니까.

"원칙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국가독점이 사적독점으로 변질되면 민영화로 얻고자하는 효율성은 없어지는
셈입니다.

따라서 분할이 가능한 사업은 매각하고 불가피한 자연독점적 성격이 있는
기업은 우월적 지위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체크수단을 만들겠습니다.

또 진입규제도 풀어 경쟁체제를 도입할 방침입니다"

-기업을 너무 분할하면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질수도 있는데요.

"규모의 효율성과 경쟁체제 도입을 고려해 결정할 것입니다"

-최근 민관합동위원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권고안을 제출했는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공정거래법은 지난 80년 제정됐습니다.

당시에도 재계의 반발이 컸죠.

그래서 시장구조보다는 시장행위 즉 불공정행위부분에만 초점을 맞출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IMF 금융지원이후 대외신인도를 높이고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일부 내용을 올 정기국회에서 개정할 예정입니다"

-개정내용이 상당히 큰 폭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금융업과 보험업도 공정거래법 적용대상에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세계적으로 경쟁정책이 이젠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소비자를 위한 경쟁정책을 어떻게 가져 가야할지 고민하고 있죠"

-압수수색권을 요구했다가 보류된 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조사하는데 애로가
많습니까.

"앞으로 기업들의 부당내부거래 등 불공정행위가 더욱 교묘해질 것으로
봅니다.

일단 직원들을 전문화하고 조사기법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입니다.

또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에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조사권한을 강화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하는데 대해 중소기업의 반발이 큽니다.

보완책은 있습니까.

"현재 단체수의계약으로 혜택을 보는 업체는 전체 중소기업 2백40만개중
2.6%밖에 안됩니다.

이런 것을 두고 중소기업 전체의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죠.

이런 지원제도가 있는 것은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업계쪽의 변화도 필요하겠군요.

"그렇습니다.

경쟁을 통해 체질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 정리=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