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난사람 = 박영균 경제부장 ]

- 수출이 4개월째 내리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동남아 시장침체가 주범입니다.

동남아 전체적으로 무역규모가 14% 가량 줄었습니다.

특히 한국의 주력시장인 아시안 국가들의 교역규모는 28%나 감소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답보 내지 축소 추세입니다.

일본과 중국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또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갖춘 상품이 많지 않는 것도 수출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에 대량생산에만 몰입, 품질과 기술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입니다.

여기에 금융경색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IMF체제로 금융경색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이 수출입자금조달에 애를
먹었던게 사실입니다"

- 무역금융시스템 붕괴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업체의 애로사항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입니까.

"수출진흥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키워드입니다.

최선의 실업대책도 수출산업 육성에서 찾아야 합니다.

올들어 5대그룹의 수출은 다소 늘어난 반면 6~30대 기업은 줄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은 지난해 41%에서 44%로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중소기업이 틈새시장을 공략해 얻은 결실입니다.

수출업체의 추가 부도를 막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 중소업체의 경우 정상적
인 신용을 가진 은행이 발급한 신용장만 가져오면 수출보험공사가 무조건
지급보증토록 했습니다.

금융애로로 수출을 못하겠다는 얘기는 더이상 나오지 않토록 하겠습니다"

- 무역금융제도를 대기업에까지 확대하는데 국제관례 때문에 어려움이
있습니까.

"대기업들은 무역금융을 쓸 수 있기를 바랬지만 통상시비를 불러 일으킬
우려도 있고해서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대신 무역어음제도를 적극 활용해서 대기업 수출을 뒷받침 하겠습니다.

국책은행이 1조원 규모의 별도 자금을 조성토록 할 계획입니다.

금융구조조정이 끝나고 금융이 제기능을 발휘할때까지 무역어음 할인제도를
통해 무역금융 애로를 타개해 나갈 계획입니다"

- 금융지원 못지않게 상품전략도 중요한데요.

"그렇습니다.

이를테면 섬유산업이 그동안 사양산업으로 천대받았는데 요즘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과거 정부가 산업정책을 잘못 쓴 겁니다.

전문 기능대학을 만들어 일류 섬유제품 전공자를 키우는 등 대대적인
재건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섬유산업을 21세기 고부가가치산업으로 획기적으로 바꿔 놓을 계획입니다.

섬유는 첨단기술개발 수출증대 고용창출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산업입니다.

결코 과거 산업이 아닙니다.

패션 디자인 등 미래형 지식산업과의 연관효과도 탁월합니다.

이를위해 섬유산업육성 5개년 계획을 세워 6천8백억원을 집중 투자할
방침입니다"

- 10대업종 구조조정과 관련해 자동차의 경우 몇개 업체가 존재하는게
적당하다고 봅니까.

"기아자동차 입찰이 21일 마감됩니다.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은 기아 입찰결과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동차뿐이 아닙니다.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규모가 영세하거나 과잉중복투자된 업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이 필수적입니다.

또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는 업종은 집중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우리끼리의 제살깍아먹기 경쟁은 피해야 합니다.

공멸을 자초할 따름이니까요.

세계경제의 현실이 더이상 재벌 오너의 독선적 경영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업종 구조조정은 그룹의 생존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 지난달 재계와의 간담회때 정부가 나서 빅딜을 중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뒤 실제로 중재요청이 들어온게 있습니까.

"아직 없습니다.

이달말까지 재계에서 구조조정안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구조조정은 기업 자율에 맡기는게 원칙입니다.

정부가 필요하면 중재에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합당한 지원도 해줘야 하겠죠"

- 5대그룹 구조조정 노력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IMF사태를 맞아 총체적인 개혁이 국가전반에 진행중입니다.

그러나 한국경제를 선도해온 5대그룹이 개혁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5대그룹에는 경쟁력이 없는 계열사가 많은데도 말입니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대기업 스스로도 느끼고 있고 국민들도 알고 있습니다.

신정부 국가경영철학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것입니다.

절대로 정경유착이나 관치금융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앞으로는 기업 스스로가 알아서 해나가야 합니다"

-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최근 빅딜안 제출을 내달로 늦출 것처럼
말했습니다.

"구조조정에는 신속하게 진행돼야 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재계가 스스로 한 약속은 지켜져야 합니다"

- 재계가 내놓는 구조조정 형태를 대규모 사업교환(빅딜)로 한정한 것은
아닙니까.

"저는 빅딜이나 스몰딜이란 말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세계적인 경쟁력만 갖출 수 있다면 합병이든 컨소시엄구성이든 사업매각이든
어떤 형태로도 구조조정이 가능합니다"

- 미국 의회가 기아.한보 입찰에 한국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고 비판
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기아와 한보입찰은 투명한 공개경쟁입찰에 따라 진행될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오해는 이미 해소된 것으로 압니다"

- 구조조정을 위해 지주회사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와 관련법개정이
추진중입니다.

이를 유보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합니다만.

"지주회사를 설립토록 계획대로 법개정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국내는 물론 외국기업도 국내에서 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외국자본이 한국에서 자유롭게 사업활동을 할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 외국인투자촉진법이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법의 내용은 세계적인 수준인데 과연 정리해고 등 현실적인 문제를 제대로
풀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노동 유연성은 외국인 투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기업이 살기 위해서는 정리해고
가 불가피합니다.

기업이 있어야 종업원도 있는거 아닙니까.

정부는 다만 기업이 해고회피 노력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 포항제철의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동일인 지분한도 3% 허용조치로는 경영권을 민간에 넘기는게 어렵지
않습니까.

"철강은 국가 기간산업입니다.

따라서 포철 민영화는 민감한 문제로 신중하게 풀어 나가야 합니다.

포철의 민영화는 경영의 내실화를 꾀해 궁극적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가장 효율적인 민영화 방안을 여러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습니다"

- 한국전력의 민영화는 어떻게 돼갑니까.

"한전은 제한적인 민영화 대상입니다.

법으로도 정부는 51% 이상의 지분을 가진 지배주주 위상을 유지하도록
못박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해야 하는 국가 기간산업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경쟁력 있는 3~4개 발전소는 시범적으로 매각해 나갈 계획입니다"

- 장관께서 구조조정 이후 한국산업의 비전으로 지식산업 등 신산업 육성을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한국의 21세기 산업방향은 세가지로 요약됩니다.

지금껏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중화학공업은 중복과잉투자된
부분도 있지만 비교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세계적 경쟁력을 갖도록 정부가 지원해 줘야 합니다.

또 섬유 전자조립 등 노동집약산업은 인프라투자와 인력양성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합니다.

특히 21세기에 지식집약산업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관건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생물 신소재 문화 정보서비스등의 산업이 엄청난 부가가치와 고용효과를
거둬올리게 될것입니다.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신업종 분야에 창업, 성공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집중적으로 배정할 계획입니다"

- 각종 정책자금이 사라지면서 산업자원부가 새로운 정책을 펴는데 어려움
이 많다고 들립니다.

향후 산업정책의 위상은 어떻게 설정하고 있습니까.

"경제는 결국 각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자기임무를 수행해 나갈때 발전
합니다.

경제주체로서 정부의 몫은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을 배제하고 기업을 돕는
인프라 투자를 비롯 기술개발 정보공급 외국과의 교섭 등에 머물러야 합니다.

기업들은 최대한 창의력을 발휘해 올바른 방향을 잡아 나가야 합니다.

정부는 기업의 뒤를 적극 밀어줘야 합니다.

정부 간섭은 적을수록 좋습니다.

다만 기업이 잘못 판단해 국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일은 예방해야
겠죠.

이런 측면에서 산업자원부가 할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 정리=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