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난 사람 = 박영균 경제부장 ]


-기획예산위원회가 출범한지 6개월이 됐습니다.

성급한 얘기지만 국민들은 국가개혁의 속도가 늦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개혁이 어느정도 진행됐다고 보십니까.

또 앞으로 계획은.

"일단 공공부문을 개혁하기위한 기본적인 그림은 그려졌습니다.

하반기에는 지방행정조직 개편작업과 지난 2월에 이뤄진 중앙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중간평가와 보완이 남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계획을 만드는 것보다 하나씩 실천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중앙정부조직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부처별로 나눠 전문 경영평가를 받도록 할 계획입니다.

평가는 예산 인력 조직뿐만 아니라 고객인 국민의 평가도 반영합니다.

여기에서 줄어든 예산은 그 부처 장관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줄 계획입니다"


-대통령은 민간인에 맡기라는 지시도 하셨는데요.

"두가지 방식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일단 그 부처내 과장급정도로 경영혁신팀을 만들고 자체적으로 평가하도록
할 것입니다.

또 외부 컨설팅팀을 참여시켜 일종의 컨소시엄 형태로 작업을 시킬 예정
입니다"


-예외가 되는 부처는 없겠군요.

"한꺼번에 다하는 것은 아니고 정책부처 대민부처 고유업무부처 등 성격별로
부처를 선택해 추진합니다.

우선 부처사람이 평가하고 구조조정을 할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줄
계획입니다"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부문의 개혁안이 당초 목표보다 상당히 후퇴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시각에 따라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올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방적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해왔습니다.

의견수렴과정에서 일부 조정되는 우여곡절이 있기도 했지만 본질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구조조정 방안확정과정에서 공기업이나 출연기관들의 반발이 클 줄
알았는데 민주적인 방식을 선택하셨네요.

"서로 협의는 합니다.

합의를 하면서 개혁을 이루기는 힘들지만 협의는 할 필요가 있죠.

하향식이 아니라 구조조정 대상 자신이 스스로 변할수 있도록 모티베이션
(동기)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새정부 들어 기획예산위원회가 새로 생겼습니다.

그동안 위상은 어느정도 자리 잡았다고 생각합니까.

여기에 재정경제부의 정책기능만 오면 과거 기획원이 부활되는 셈이
되는데요.

"...글쎄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죠"


-정부조직에 대해 아웃소싱을 추진하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나왔습니까.

"많은 분야를 놓고 마지막 점검중입니다.

실질적으로 집행적인 성격을 갖는 분야, 특히 일반 국민과 접하는 기관은
완전히 아웃소싱내지는 민간위탁경영을 할 생각입니다.

중앙정부는 주로 정책을 기획하거나 입안 조정하고 집행기관은 에이전시
(사업부서)화하는 방안입니다"


-각 부처에서 불만은 없습니까.

"처음에는 관계부처들의 저항이 많았습니다.

행정부서를 민영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반응도 있었죠.

요즘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하반기 지방조직개편에 대한 윤곽은 잡았습니까.

"기본적으로 주민을 위한 방향으로 행정시스템을 바꿀 것입니다.

동사무소 같은 곳을 지역복지센터로 개편하는 것이지요.

대통령이 항상 강조한 분권화 지방화를 실현할 예정입니다.

교육과 행정분야를 과감히 지방정부에 넘기고 지방경찰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큰 과제입니다.

행정자치부와 협력해 추진할 생각입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 자립도가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이렇게 권한을 이양시켰을때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요.

"권한이 가면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가 같이 가야 합니다.

예로 국세중 일부 항목을 지방세로 전환해 지방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좀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난 정부에서도 개혁이라는 말을 많이 썼지만 의미가 퇴색했습니다.

그 이유중 하나로 낙하산 인사를 꼽기도 하는데 현 정부는 어떻습니까.

"낙하산 인사라는 말 자체가 조금 모호한 표현입니다.

어느 기관을 맡길때 보통 거기에 걸맞는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 기본
아니겠습니까.

얼마나 개혁의지가 있고 실천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인사를 하는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로 이해합니다.

낙하산이냐 아니냐보다 공정한 임명절차가 정착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민간전문가를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채용하셨는데.

성과에 만족하십니까.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예산위에서 일하는 60여명 스탭중에 14명이 있는데 비율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외자유치가 국가적 당면과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공기업도 외국인에 팔겠다고 했는데 한전같은 기간산업을 파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떤 원칙을 적용하실 계획입니까.

"한전 자체를 파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까지 한전이 독점했던 발전시장을 경쟁체제로 간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송배전시장은 그대로 가되 발전시장을 개방해 전력공급에 대해 경쟁을
붙이는 식입니다.

한국통신은 시내통화망은 아직 경쟁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경영권을 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경영권을 갖고 일부 지분만 외국자본에 파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담배인삼공사는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매각할 예정입니다.

2000년 완전히 민영화되는데 동시에 담배사업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꿔
민간독점을 막을 계획입니다"


-내년 나라살림도 여전히 걱정입니다.

세입요소를 새로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육자 정년을 줄이는데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정지출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그동안 소홀했던 것은 아닙니까.

"아직은 내년 예산을 짜고 있으니 좀 더 두고 봐야할 것입니다.

내년 예산편성에는 과거식으로 예산을 많이 따서 사업하는 방식은 없을
것입니다.

예산편성을 투입(input)중심에서 성과(output)중심으로 바꾸는 것이지요.

특히 교육 농림예산이나 인건비부문 사회복지부문은 재정비해 필요한
분야에만 투자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경직성 재정의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각종 기금인데요.

효율성을 높일수 있는 방안은 없습니까.

"기금정비에 대해서도 지금 작업중입니다.

나름대로 필요성이 있는 것도 있습니다.

따라서 통폐합뿐만이 아니라 운용시스템을 바꾸는 작업이 같이 진행되야
합니다.

실제로 같은 목적의 일에 서로 다른 기금이 지원되기도합니다.

그런데 국민의 입장에선 볼땐 어떤 기금에서 지원받느냐 보다 필요한
서비스를 적기에 받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지방보조금도 계나 과 단위별로 경직적으로 운용되는 것도 많습니다.

이렇게 경직적이고 비효율적인 운용시스템을 고칠 계획입니다.

내년 예산에 일부 개선안을 반영합니다"


-한국통신이 보유한 SK텔레콤 지분 18.35%를 매각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졌습니까.

"이동전화시장에 공정한 경쟁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한국통신이 보유한
SK텔레콤의 지분을 매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각시기와 방법은 수입을 최대화할수 있고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입니다"


-이전에 부총리를 역임했던 분이 "경제기획원은 명예롭고(honorable),
재무부는 강력하고 (powerful), 상공부는 화려하다(colorful)"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기획예산위는 어떤 것 같습니까.

"고통스럽다(painful)고 말하겠습니다.

욕은 우리가 먹고 영광은 관계부처에 돌린다는 마음으로 일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고통스러울수 밖에 없죠"


-기아자동차가 어려울때 회장을 맡으셨는데 이제 곧 기아도 팔리고
한보철강도 매각될 것 같습니다.

경제가 좀 회복될 것 같습니까.

"일단 기아와 한보,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을 빨리 정리하는 것이 필요
합니다"


-그동안 정부가 이들 은행에 1조5천억원을 지원했는데 앞으로 지원이 더
필요하다면 지원을 하실 생각입니까.

"제가 직접 이야기 하기는 곤란한데...

고민이야 많죠"

-정부 예산권을 쥐고 계시잖습니까.

"어쨌든 제역할 하도록 외국에 매각하는 것이 방침입니다.

은행이 제 역할을 해야 돈이 돌고 기업도 가계도 살수 있습니다"


-미 MIT대 돈부시 교수는 한국이 경제개혁을 하려면 관료들을 모두 해외로
보내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는데요.

"국민들도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좋지는 않겠죠.

정부가 책임질 부분도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공직사회를 변화시키고 시민헌장도 만들어 신뢰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 정리=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0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