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에 대한 세계각국의 반응은 예상보다 심각하지는
않은 것 같다. 러시아가 90일간의 외채 지불유예와 루블화 평가절하를
발표한 직후 다소 불안한 기색을 보였던 미국과 일본의 증시 주가는 다음날
오름세로 돌아섰고,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유럽경제도 일단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있는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다만 동구권 국가와
중남미 일부국가들은 계속 불안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각국이 이미 이같은
사태를 예견하고 대비해 왔기때문에 그 충격과 파장이 예상보다 작은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에 대한 채권액이 27억달러를 넘는 우리로서도 우려되는 상황임에
틀림없지만 정부차원에서 제공된 경제협력차관은 이미 오래전부터 상환이
미뤄져 온 터인데다 민간기업들의 거래도 현금위주로 바뀐 상태여서 당장의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않으리란게 중론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물론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너무 성급한 대응을 하거나 당장 큰 혼란이 야기될
것처럼 위기의식이 부풀려지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느긋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사실 우리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과 사정이 판이하게 다르다. 외환위기의 와중이어서
국제금융시장의 조그만 환경변화에도 매우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때문에 지금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일은 이번 사태로 국제금융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일 것이다. 당장의 충격은 크지않다 하더라도
러시아 경제위기가 단기간에 수습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따라서 IMF 등 국제금융기구의 수습노력이 미진하거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의 협조와 독일 등 유럽각국의 지원이 불충분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의
위기감은 갈수록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인도네시아 정부의 지불중단과 홍콩달러의 불안 등이 겹쳐있는
아시아 경제는 그 여파에 가장 민감할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미 자금지원을 선언한 IMF와 미국 등 선진국들이 보다 확고한 수습의지를
좀더 분명히 천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를 염두에 두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만약 러시아사태로 인해 일본
엔화 약세가 가속화 되고 나아가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까지 이어진다면
그야말로 러시아발 세계공황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수 없는 것이 현재의
세계경제 현실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에게는 제2의 외환위기로 직결될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당장은 러시아 경제의 진행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차관회수
방안 등을 다각도로 강구하되 외환보유고확충 등을 통해 국제금융시장의
상황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수 있는 자체역량을 높이는데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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