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상공회의소(KOCHAM)는 얼마전 뉴욕에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존 본 전사장을 초청, "한국 기업 및 은행의 국제 신용평가 제고를 위한
대응 전략" 세미나를 열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평가기준 및 대응방안 등을 이해하자는 취지였다.

존 본씨는 강의를 통해 국가 및 기업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업이나 은행에 대한 신용평가는 국가의 틀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법률, 관행, 절차, 문화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국가 홍보와 기업설명회 등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또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할수 있는 능력이 신용평가의 주요 검토대상
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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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만 < 미국 한국상의 회장 >

한국은 지난해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 시작된후 많은 긍정적인
조치를 취했다.

외채만기연장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외환보유고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금융기관과 기업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서도 국제시장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외국으로부터의 적극적인 직접투자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외국 투자가들은 왜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일까.

투자가들이 투자 결정을 내리기까지 필요로 하는 가장 기초적인 정보(자료)
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해당 국가의 경제전망과 정부의 정책방향이다.

둘째는 투자대상 기업의 사업전망이다.

물론 과거의 실적을 반영하는 각종 수치와 재무제표상의 계수도 뒷받침돼야
하지만 최우선으로 검토하는 것이 미래의 전망이다.

투자대상 국가나 기업의 미래에 대한 투자가의 평가,즉 "퍼셉션
(perception)"은 오늘날 국제 자본 흐름을 좌우하는 주요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미래에 대한 가능성의 지표"라고도 할 수 있는 퍼셉션은 요즘 월가에서도
주가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이다.

문제는 한국에 대한 외국 전문가들의 퍼셉션이 상당 부분 부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하루빨리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어놓는 일이 시급하다.

정부와 개별기업 차원의 홍보가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투자가들과 상담할 때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은 우리경제 전반에 대한
청사진과 아울러 대상기업의 사업전망을 설득력있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자료다.

개혁과 구조조정에 대한 정책방향이나 정부의 의지, 우리가 달성할수 있는
한국 경제의 모습을 잘 설명해야 한다.

미래예측이 담긴 이 청사진은 투자가들이 납득할 수 있게 과학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청사진에는 GNP(국민총생산) 성장모델, 수출전략, 외채규모와 이자,
원리금 상환전략 등이 포함돼야 한다.

이런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내 전문가들은 물론 국제적 전문가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런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 미래의 계획을 짠다는게 어렵고, 무의미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비현실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 투자가들은 이 청사진을 원하고 있다.

해외투자가 없이 우리 경제를 수습할 수 없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가의 요구사항을 들어 주어야 하고, 그들이 갖고 있는
의구심을 풀어 주어야 한다.

달성해야 할 목표와 현실과의 괴리를 사실 그대로 설명해야 한다.

가능한 것은 자신있게 설명하고,현실적으로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괴리의 수준과 심각성을 정확하게 알 수 있을 때 그 차이를 어떻게 해결
해야 하는가의 방안도 마련될수 있다.

해외투자가들은 이러한 목표와 현실, 그리고 그 괴리에 대해서 우리보다
더 정확히 알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의 현실을 솔직히 담은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청사진을 제시해 진정한
"세계화"를 이뤄야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