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주저앉은 삼풍백화점의 잔해더미속에서 기적처럼 생존자가 들것에
실려나왔다.

3년전의 일이지만 그때의 환호성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구조대원들의 피를 말리는 작업끝에 이끌려나오는 생존자들은 "생명외경"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황색재킷에 녹색헬멧을 쓴 119구조대가 널리 알려진 것은 이때부터다.

성수대교붕괴 아현동가스폭발등 대형참사때마다 목숨을 건 구조활동을
벌였어도 사람들은 그저 사고 뒷마무리팀 정도로 여기기 일쑤였다.

119구조대는 88년6월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인명구조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3개 대대로 발대했다.

대원은 특전사 UDT 해병수색대등 특수부대에서 근무한 요원출신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이후 매년 조직이 확대돼 지금은 전국 1백26개
소방서마다 1대씩 모두 1천3백80여명과 중앙119구조대 70여명이 생명구조의
일선을 지킨다.

교통사고 대형화재및 가스폭발사고는 물론 태풍이나 홍수때의 인명구조도
이들의 몫이다.

어느나라든 인명구조대가 없는 나라는 없다.

119구조대 창설의 모델이 됐다는 미국의 911구조대는 신고전화 911로
접수되면 9분이내에 출동한다.

대원들은 "시민영웅"으로 대접받는다.

일본 역시 110으로 전화신고를 하면 5분안에 구조대가 출동한다.

모두 응급의료진까지 갖춘 체제다.

이들 선진국의 인명구조대는 신고전화만 접수되면 그대로 발신자위치가
파악되고 병상수 등 의료기관정보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해 119구조대는 장비는 물론 의료면에서도 너무 허술하다.

119구조대는 얼마전 지리산 집중호우때도 그랬지만 이번 수도권
대홍수에서도 "구명의 천사"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명의 대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목숨까지 잃었다.

이제 119구조대원도 어린이들에게는 "용감한 아저씨"의 대명사로,
재난시에는 만능해결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개인보호장비등 대원들에 대한 안전조치없이 그저 용기와 헌신만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안쓰럽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