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적자로 빈사위기에 몰린 케이블TV업계에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추진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정보통신부가 구상하고 있는 구조조정계획의 핵심은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케이블TV의 사업영역 제한을 폐지하고 그동안
공중파방송만 제공해온 중계유선방송사업자들도 케이블TV프로그램을 서비스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계유선사업자가 경영난에 허덕
이는 종합유선방송국(SO)을 인수하거나 SO와 프로그램공급업자(PP)간에도
인수합병 등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정통부는 이같은 계획을 다음주중 당정협의를 거쳐 통합방송법과 유선방송
관리법 개정안에 반영할 것이라고 하나 SO들이 서비스 칸막이를 없애는데
대해 크게 반발하는 등 현실적인 걸림돌이 많아 시행까지는 적지않은 난관이
예상된다고 하겠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케이블TV가 출범한지 불과 3년만에 누적
적자가 1조원을 넘는 부실투성이로 전락한 데는 업자나 정부당국자의 영상
산업에 대한 무모와 무지가 큰 원인이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미 출범
당시부터 사업성에 의문이 제기됐으나 업자들은 사업권 획득에만 정신을
빼앗겼고 당시 사업자를 선정했던 공보처는 "정부가 대폭적인 지원을 할터
이니 사업 초기에는 적자를 각오하라"며 업자들을 부추기기에 바빴다.
케이블TV의 문제는 이미 출범당시부터 예고됐던 태생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새정부가 뒤늦게나마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팔을 걷고 나선 것은
국내 영상산업의 미래를 위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특히 케이블TV사업에
시장원리를 도입, 분할사업자간 진입장벽을 허물겠다는 것은 규제완화 차원을
넘어 방송과 통신의 융합추세가 두드러진 선진국형 정보화정책의 흐름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케이블TV의 구조조정에서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중계유선사업자와
SO간의 갈등구조 해소는 케이블TV분야에서 우리나라와 곧잘 대비되곤 하는
대만의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만은 자연발생적으로 성장해온 지역유선
사업자들이 자연스럽게 케이블TV사업자로 전환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케이블TV의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해도 다채널 매체로서의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확고히 심어주지 못한다면 국내 케이블TV의 영역은
갈수록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지금 국내에는 대략 3백여개의 방송 채널이 가시청권 안에 들어와 있고
여기에 위성방송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채널수는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 지금처럼 프로그램의 순환편성 비율이 심한 경우 90%를 넘는 상황에서
도 시청자를 붙들어둘 수 있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취약하기 이를데 없는
케이블TV사업이 21세기에도 살아남으려면 구조조정도, 신규투자도 철저히
시청자의 입장에서 계획되고 시행돼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