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대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해당 업종의
적정설비규모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설비과잉이라는게 정부의 지적이나 해당 업종의 기업들은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 국면을 기준으로 과잉여부를 판단해서는 곤란하다고 반박한다.

경기가 좋을 때를 생각하면 결코 설비과잉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10개 업종별 설비규모와 생산현황을 알아본다.

<> 자동차 =연간 총 생산능력은 4백20여만대로 세계 5위 수준이다.

그러나 올상반기 총판매실적은 1백5만5천대(수출 포함)로 떨어졌다.

가동률은 40-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경기다.

영국의 경기예측기관인 DRI은 우리나라는 2003년이 돼도 92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최근 베른트 피셰츠리더 BMW회장이 밝혔듯 2000까지 세계 자동차업계는
더 큰 시련을 겪게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 반도체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대표적 업종이다.

지난 95,96년에 이루어진 대규모 투자의 여파로 지난해부터 D램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3사는 현재 64메가D램을 월 2천5백만개 정도씩 생산하고 있다.

연말에는 생산량이 3천만개 정도로 늘어나게 된다.

세계시장의 약 40%(64메가D램 기준)를 점유하고 있는 국내반도체업체들은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입장이다.

<> 철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98년 세계 강재소비와
조강생산은 전년보다 각각 2.8%, 2.1%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동남아지역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철강소비가 4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당분간 국내 철강산업도 공급과잉현상을 빚을수밖에 없다.

포철 및 5대전기로 업체들도 생산감축이 불가피하다.

올해 전체 조강생산은 당초 예상했던 4천1백77만t보다 8.3% 감소한
3천9백2만t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중인 증설투자까지 감안하면 공급과잉이 심화될 수 있다.

<> 석유화학 =업계는 NCC(나프타분해공장)에 대한 "공급 과잉"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내수뿐 아니라 수출까지 감안한 투자여서다.

수출만 이어진다면 현재 연 4백92만t(에틸렌 기준) 생산능력을 과잉으로
볼수 없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능력을 키우면서 동남아 시장에서 가격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더 이상 증설할 필요는 없지만 기존 설비를 스크랩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중국에 설비를 이전하는 방안은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조선 =조선분야는 현재 거의 1백%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는 달러박스다.

한때 과잉투자론이 나오기도 했으나 현재로서는 당시 확장해 놓은 것이
결실을 보고 있는 상태.

2000년대초까지는 풀가동이 유지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더구나 업종성격상 세계시장을 상대로 하므로 일반적인 구조조정논의의
잣대로 재기 어려운 면이 있다.

<> 발전설비 =설비과잉현상을 빚고 있다.

화력중 석탄화력은 한국중공업만으로도 수요를 전부 커버할 정도.

원자력도 한중만으로 2002년까지 한전의 원전계획을 다 커버할 수 있는
정도다.

IMF이후 발전소공사 최장 30개월까지 연장돼 있다.

한전발전소공사 연기로 업계는 뚜렷한 과잉상태를 보이고 있다.

<> 철도차량 =철차발주가 거의 이뤄지고있지 않아 가동률이 형편없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현대정공의 고속철라인만 풀가동하고 있다.

<> 시멘트 =건설경기위축에 따라 올들어 뚜렷한 공급과잉현상을 보이고
있다.

7개 시멘트사의 연간 총생산능력은 6천1백71만t이지만 올 내수는 4천만t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지속적인 가동률하락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제품특성상 수출도 여의치 않다.

세계적으로 시멘트 주소비지역이던 아시아 시장의 수요가 40%가량 감소한
때문이다.

<> 항공기 =지금까지 총 2조원가량을 투자한 항공4사는 방산물량감소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중형항공기사업이 불투명해 물량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항공 4사가 조립쪽에만 치우쳐 있는 것도 문제다.

<>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반도체처럼 과잉투자로 최근 2~3년간
가격이 급락했다.

노트북컴퓨터에 사용되는 12.1인치짜리의 경우 지난 96년말 8백달러에서
지금은 3백달러 안팎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전자 LG반도체 등 4개사에서 연간 5백만장(13.3인치
기준)을 생산, 세계시장의 30%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업체 모두 신규투자를 중단한 상태여서 내년초에는 일시적으로
공급과잉이 해소될 것이란 분석도 있으나 대만업체들의 참여여부가 변수다.

[ 구조조정대상 10대산업 현황 ]

<>.자동차

- 주요업체 : 현대 대우 기아 삼성자동차
- 연간 생산능력 : 420만대
- 최근 가동률 : 40~50%
- 세계 시장전망 : 향후 2년내 세계적 위기 도래

<>.반도체

- 주요업체 : 삼성 현대 LG
- 연간 생산능력 : 2,500만개(월간) 64MD램 기준
- 최근 가동률 : 80%(부분감산)
- 세계 시장전망 : 99년 하반기부터 공급 과잉 해소

<>.철강

- 주요업체 : 포철(고로) 인천제철 등 5개사(전기로)
- 연간 생산능력 : 4,117만t
- 최근 가동률 : 고로 90% 전기로 70~80%
- 세계 시장전망 : 2000년부터 회복

<>.석유화학(NCC)

- 주요업체 : SK 현대석유화학 등 8개사
- 연간 생산능력 : 492만t
- 최근 가동률 : NCC 100% 합성수지 등 3대부문 82%
- 세계 시장전망 : 중국 동남아의 경기회복 이전까지는 공급과잉

<>.조선

- 주요업체 : 현대중공업 등 5개사
- 연간 생산능력 : 900만GT
- 최근 가동률 : 약 100%(한라 제외)
- 세계 시장전망 : 2000년까지 풀가동 예상

<>.발전설비

- 주요업체 : 한국 현대 삼성 대우중공업
- 연간 생산능력 : 화력 3,300MW 원자력 1,500MW
- 최근 가동률 : 민자 발전공사에 치중
- 세계 시장전망 : 화력은 소폭 증가 원자력은 현수준 유지

<>.항공기

- 주요업체 : 대한항공 등 4개사
- 연간 생산능력 : 시설투자비 2조원
- 최근 가동률 : 날개 등 구조물 생산
- 세계 시장전망 : 동남아 항공수요 위축으로 제작물량 감소전망

<>.철도차량

- 주요업체 :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 연간 생산능력 : 1,500량(전동차 기준)
- 최근 가동률 : 70% 전후
- 세계 시장전망 : 남북통일, 유라시아횡단 철도 등 대규모 수요 예상

<>.시멘트

- 주요업체 : 쌍용양회 등 7개사
- 연간 생산능력 : 6,171만t
- 최근 가동률 : 67%
- 세계 시장전망 : 2000년까지 비관적

<>.TFT-LCD

- 주요업체 : 삼성전자 등 4개사
- 연간 생산능력 : 500만장(13.3인치 기준)
- 최근 가동률 : 100%
- 세계 시장전망 : 99년부터 공급과잉 해소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