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부시 미 MIT대 석좌교수는 "중국 위안화가 아시아및 세계경제의 시한폭탄
이 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중국은 위안화 절하라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위안화 절하는 아시아 지역및 세계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대신 조속히 금융개혁을 단행하고 내수경기를
부양하는 방법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고했다.

돈부시 교수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국경제신문에 특별 기고를 보내
왔다.

< 정리=김혜수 기자 dearso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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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경제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비관적이다.

세계의 시선은 아시아 위기가 과연 중국으로 번질 것인가에 쏠려 있다.

특히 위안화 절하 가능성이 관심의 촛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안화는 결코 절하돼선 안된다.

중국 당국은 위안화를 통해 경제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려는 유혹을 단호히
물리쳐야 한다.

위안화로 성장둔화를 저지하거나 국제 금융계를 위협할 카드로써 이용
하려는 전략은 버려야 할 것이다.

위안화 절하에 대한 논란 뒤에는 중국의 낙후된 국영 기업과 부실한
금융시스템을 어떻게 개조할 것이냐는 문제가 내재해 있다.

구조개혁이란 시절이 좋을때조차 만만치 않은 과제다.

불행하게도 중국의 성장속도는 급속히 늦춰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8%로 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선 잘해야 5~7%에 그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15년간 경제가 평균 10%씩 성장해 온데 비하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성장률 둔화의 가장 큰 원인은 수출감소다.

중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아시아가 흔들리면서 수출 전선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10여년동안 중국의 수출물량은 매년 20%이상 증가해 왔다.

하지만 올 상반기 수출증가율은 10%에도 못미쳤다.

그나마 하반기들어선 거의 정지상태다.

수출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한다.

수출증가율이 20%에서 0%로 추락할 경우 GDP 성장률은 당장 2%이상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득감소 효과까지 따지면 경제성장률은 4%이상 깎이게 된다.

더욱이 당분간 수출여건이 호전될 기미도 없다.

따라서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려 수출을 "부양"해야 한다는게 위안화
절하론자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이같은 논리엔 결정적인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마음 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위안화 가치를 조절할 수 있다.

사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아시아국들은 그동안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절하하기도 했다.

경쟁국들보다 고평가된 통화가치로 중국의 수출이 어느 정도 불리한 처지가
됐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안화 절하 압력이 아직까지는 그렇게 크지 않다.

중국은 자본유출입을 철저히 통제함으로써 지금까지 큰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 왔다.

외환보유고도 풍족하다.

환난을 겪고 있는 아시아국들과는 기본 배경부터 다른 셈이다.

만일 해외 자본이 더 필요하다면 외자유치 조건을 완화하는게 좋다.

중국의 외환창고는 바닥나지 않았고 따라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미국
재무부에 긴급 구원을 요청할 필요도 없다.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현재의 환율을 방어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위안화 절하는 따라서 피치못할 수순이 아닌 여러가지 대안중 하나의
옵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옵션은 결코 현명한 선택은 못될 것이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하고 일본 엔화를 포함한
아시아 전역의 통화가치를 또 한차례 추락시킬 것이 분명하다.

중국의 경우 수출품에 대한 수입 부품의 비중이 50%를 넘는다.

소폭의 평가절하로는 수출증대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위안화 가치를 10% 끌어내려봐야 수출경쟁력의 상승분은 5% 정도다.

물론 위안화를 큰폭으로 절하한다면 수출은 상당히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홍콩을 필두로 한 주변국의 반발로 또다시 통화가치 절하 경쟁이
불붙게 되고 이것이 각국의 금리인상을 촉발한다면 결국 중국의 수출환경은
다시 악화된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중요한 일원인만큼 타국의 어려움을 외면해선 안된다.

미국과의 무역마찰 또한 염두에 둬야 한다.

이미 양국 사에에는 무역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5백억달러를 웃돈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로 양국간 무역역조가 심화된다면 미국 의회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나 영구적인 최혜국 지위(MFN) 획득과
같은 중대 현안들은 점점 꼬여갈 것이다.

위안화 절하는 더 나아가 중국의 안정까지 위협할 수 있다.

돈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의 국가 위상도 추락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암달러 시장이 성행하고 은행들도 위안화 대신 달러를 확보
하려 들 것이다.

위안화를 절하해 그러지 않아도 취약한 금융구조를 혼란속에 빠뜨리는
것보다는 과감한 금융 개혁을 실시하는 것이 백번 나은 길이다.

중국의 지도자들도 금융 불안이 바람직하지 않다는데는 동의하고 있다.

과거 국민당 정권이 붕괴되면서 중국은 엄청난 물가 폭등을 겪어야 했다.

이같은 경험아래 중국 정부는 80년대 후반에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성장률을 하향조정한 바 있다.

지난 2년 동안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내수증대를 통해 수출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재정적자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공공부채나 인플레 부담도 적다.

성장을 뒷받침하는데 필요한 수준까지는 재정 지출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상하이(상해)에 마구잡이로 건물을 지어댈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부족하기 짝이 없는 인프라를 개선하는 투자가 필요하다.

이로써 성장주의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수출을 통해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중국 당국자들은 말을 뒤집어가면서 평가절하 공방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 절하를 내세워 미국이 엔화가치 추락을 막는데 협조하도록
밀어부쳤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시아 경제 안정을 위해 위안화를 절하하지 않겠다며
부지런히 생색을 내고 있다.

중국은 당분간 고성장 전략은 접어두고 위안화 방어에 주력해야 한다.

사실 6%의 성장률만해도 최근과 같은 국제경제 환경아래서는 훌륭한 성적
이다.

또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 구조 조정을 이루는데도 모자라지 않는
수준이다.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택한다면 이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시한폭탄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다.

중국정부는 WTO 가입과 같은 장기적인 과제로 눈을 돌려야 한다.

위안화 절하라는 암수로 국제 금융계를 위협해선 안된다.

평가절하는 패자만을 양산하는 "마이너스 섬" 게임에 불과하다.


[ 루디거 돈부시 교수 약력 ]

<> 1942년 독일 출생
<> 시카고대학 졸업(경제학 박사)
<> MIT대학 교수
<> 브루킹스연구소 공동연구원
<> IMF및 IBRD 자문역
<> 뉴욕연방은행 자문위원
<> 남미국가 경제자문관 역임
<> MIT 국제경제 석좌교수(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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