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교포"

귀에 익지 않은 말이지만 일본인들 중에는 가끔"나는 재한교포다"라며
농담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를 사용하고 얼굴생김새가 한국인들과 닮아서
"당신 혹시 재일교포이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에 농담으로 그렇게
답하는 것이다.

물론 이 재한교포라는 말은 재일교포를 본따서 만든 것으로 일본어에서
정식용어는 아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으면 확실히 "교포"라는 용어를 자주 듣게
된다.

그것은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의 수가(종교적인 이유로 한국사람과
결혼한 일본인을 제외하면) 3천명 정도인데 반해 재일한국인의 수는 60만명
을 넘어 그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이같은 차는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일본에 교포가 많은 이유에 대해 일제시대에 강제로
끌려가서 그 후손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게 지배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꼭 그렇지 않다.

2차대전후 또는 6.25이후 일본에 건너간 사람들과 그후손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재 일본에 불법체류하는 사람들중 한국사람들의 수가 약 3만명으로
가장 많다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문제를 도덕적인 차원에서 논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왜 일본말에는 재한교포가 없을까 하는 쪽에 흥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을 다른 아시아사회로 돌려보면 중국에도 화교의 전통이 있다.

현재 베트남을 등진 보트피플과 인도네시아의 폭동으로 습격을 당한
사람들은 모두 화교들이다.

몇년전 로스엔젤레스의 흑인폭동 당시 습격의 대상이 한국인 재미교포였던
사실을 고려하면 이같은 일치는 시사적이다.

교포와 화교에는 공통된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거 국내적인 혼란으로부터 나라를 벗어나 외국으로 유출된
사람들과 그 후손이라는 것, 그리고 새로 정착한 국가에서 민족색을
남기면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 등이다.

지금 북한에서는 탈북자가 늘고 IMF체제하의 한국에서도 해외탈출의
발상들이 눈에 띄어 국내에서 노력하는 것보다 안이하게 나라를 버리는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교포의 존재를 인권문제와 민족차별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한국사회의
역사적 과제로 파악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