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벽, 손잡고 넘는다"

IMF파고를 수출로 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

해외 진출시 형님격인 대기업과 동생격인 협력업체가 동반진출해
"글로벌 부품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종합상사와 중소기업이
협력해 "수출 합작품"을 이뤄내기도 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지난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 영국 멕시코등 7개 주요투자국을 대상으로 우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진출 사례를 조사한 결과 96년말 현재 총 건수는 모두 31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86년 1건에 불과하던 것이 90년 3건, 93년 4건, 95년 5건에 이어
96년에는 12건으로 늘어나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금액면에서도 31억9천만달러로 96년말 기준 우리나라 총 해외투자액의
20%를 차지하고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IMF사태로 직접적인 동반진출 보다는 종합상사와
중소기업간에 협력을 통해 수출계약을 성사시키는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 해외 동반진출 =90년대 중반 대기업의 해외 직접투자가 붐을 이루면서
중소기업과의 동반진출도 대폭 증가했다.

대기업의 경우 현지에서 부품을 공급 받을 수 있고 중소기업은 초기
투자시 판매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96년 부지 2만7천8백30평, 건평 1만8천1백50평 규모로
준공한 중국 평도 전자부품공단은 대기업의 지원으로 중소기업의
해외부품공단이 조성된 대표적 사례.

이 공단에는 삼신, 대희전자, 서진전자, 한국TDK, 동안전자, 소림, 대동,
삼영전자등 삼성전자의 협력업체들이 리모컨, 콘덴서, 접속구류등을 생산,
현지에 진출해 있는 삼성전자와 다른 업체들에 공급하거나 국내에 들여와
완제품으로 조립하고 있다.

부품업체들은 이 공단의 조성으로 국내에서 만들때보다 원가 비용을
20% 가량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우도 "세계 경영"에 걸맞게 자동차와 전자를 중심으로 폴란드
루마니아 우즈베크등 동구권과 인도 베트남등 동남아지역에 활발한
동반진출을 전개하고 있다.

대우는 특히 동반진출 협력업체에 현지시장및 합작선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지급보증, 원자재 구입알선, 파견자 교육등도 지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완공된 터키 현지공장에 한일이화등 3개 협력업체를
동반진출 시킨데 이어 올 가을 준공예정인 인도공장에는 14개 협력사를
진출시키는등 협력관계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 종합상사-중소기업 협력 =IMF사태 이후 수출 증대가 산업계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면서 종합상사와 중소기업간의 수출 협력관계도 끈끈해지고
있다.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주)대우, LG상사등 주요 종합상사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담팀(컨설팅
데스크)을 구성, 유망기업 발굴및 품목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대우와 금형생산전문업체인 탑금속이 최근 공동으로 말레이시아
국민차 생산업체인 프로톤사에 7백만달러 어치의 금형수출을 일궈낸 것은
모범사례.

또 (주)쌍용의 경우 밍크 담요 업체인 (주)성민상사의 10만달러짜리
수출계약도 지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윤성민 기자 sm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