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수 < 포스코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hsyu@mail.posri.re.kr >

우리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원인중 하나로 과소비가 많이 지적된다.

그런데 IMF시대를 8개월째 맞는 지금 과소비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저소비가 문제가 되고 있다.

올 1.4분기중의 가계소비는 작년동기보다 10.5%가 감소해 사상 최악의
소비지출 감소세를 나타냈다.

과거 최대기록은 지난 80년 4.4분기로 마이너스 3.1%였다.

소비가 부진하면 내수가 침체되어 경기회복이 더디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건전소비는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소비에 관한한 죄의식을 가지게끔
되었다.

주변의 실업자를 보아도 그렇고 정부도 엄포를 놓고 있다.

정부에서는 요즘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호화사치생활을 하는 계층에
대해서는 세무사찰을 할 예정이라고 해 소비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개인의 소비에 대해 국가는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가져야 할까.

과거 유럽에서는 사치를 막는다고 먹는것과 입는것도 규제한 적이 있었다.

유럽에서는 17세기에 자본주의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자본의 축적이 어느정도 이루어지자 과소비와 사치가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사치금지령을 내릴 정도가 되었다.

영국에서는 비싼 음식을 먹는 것도 금지한 적이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귀금속을 많이 사모으는 것은 물론 고급모자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그러나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과소비나 사치가 경제발전을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었다.

몽테스키와 같은 저명한 학자도 "부자들이 많이 소비하지 않고 구두쇠처럼
산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굶어죽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라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전국민에 비해 얼마되지 않는 부유층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사회분위기를 위축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정부도 돈이 없고 기업도 돈이 없는 마당에 누군가가 돈을 쓴다면 굳이
막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