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경영행위가 기업의 존폐를 가름하는 선진국에서 소액주주는 권한
남용이 우려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진다.

사외이사제및 감사제 등 제도적인 기업감시제가 잘 발달돼 있지만 단 1주만
가지고 있어도 손해배상을 제기할 수 있는 단독주주권도 있다.

이와함께 주주대표 소송권, 이사 해임청구권, 회계장부 열람권 등 회사경영
에 관한한 대주주 못지 않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주주대표소송의 효력이 전체 피해자에게 미치는 집단소송제가 이미
법제화돼 있다.

선진국은 그야말로 소액주주의 천국인 셈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기업의 20%가 적어도 한 차례 이상 주주대표소송을
겪었으며 매년 2천~3천건의 대표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들의 저축및 신탁자산으로 운용되는 기금, 투자.은행신탁,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감시활동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최대 기관투자가인 캘리포니아주 공무원 퇴직연금의
주주권 행사.

이 기금은 지난 92년 제너럴모터스와 IBM 등 거대기업의 경영실적이 계속
떨어지자 다른 투자가와 힘을 합쳐 이들 회사의 최고 경영진을 모두
갈아치웠다.

또 코네티컷주의 진텔투자신탁의 소액주주들은 적자에 허덕이던 투자
기업체의 경영권을 직접 인수했으며 위스콘신주 공무원퇴직연금은 투자기업
의 멕시코의 한 강관업체가 7백50만달러에 이르는 신주발행을 시도하자
"불필요한 투자로 기업부실을 은폐하려는 기도"라며 주식발행 자체를 무산
시켰다.

오너중심의 기업관행이 뿌리깊은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90년대 경기불황과 함께 소액주주들의 "반란"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매년
2백건 이상의 주주대표소송이 각 법원에 접수되고 있다.

특히 노무라, 다이와, 야마이치 등 대표적인 금융회사들이 대주주의 주식
거래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대신 부담한 사건이 폭로된 이후 소액주주권은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93년 니코증권이사 16명을 상대로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변호사 1백여명이
부실경영을 이유로 3백77만달러의 손해배상소송을 낸 바 있다.

94년에는 일본항공(JAL) 이사 2명을 상대로 한 1백억달러의 소송을 제기
했다.

특히 95년 한 건설회사의 임원들이 정부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수천만엔의
뇌물을 뿌린 사건이 들통나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뇌물로 건넨 1천4백만엔을
회사로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이끌어 냈다.

물론 이는 93년 상법개정을 통해 소액주주권을 제도적으로 적극 보장한
결과.

단 1주의 주식만 있어도 대표소송을 할 수 있으며 회사쪽에 변호사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소송조건을 완화시켰기 때문이다.

유럽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은 소액주주권은 사회적으로 이미
정착된 단계.

95년 6월 영국의 브리티시가스사는 직원임금을 3% 올리면서 대표이사의
보수를 70% 가까이 인상했다가 경영진들이 주주총회에서 4천여명의 소액
주주들로부터 불신임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밖에 특히 노동조합이 자사주를 구입해 주주입장에서 경영진을 압박하는
"코퍼리트 캠페인"은 회사측을 긴장시키는 새로운 방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처럼 불과 30% 안팎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기업을 좌지우지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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