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가 끝나는가 싶더니 무더운 불볕 더위가 연일 계속이다.

어제는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더위에 고생께나 했다.

94년도 유례가 없는 더위 속에서 서울 생활을 해 본 나는 그 이후 여름만
되면 서울 나들이가 싫어졌다.

탁한 공기에다 아스팔트와 빌딩들이 뿜어내는 복사열이 숨을 막히게 한다.

아무래도 산중 맑은 공기에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 서울의 여름은 불쾌하다.

금년 여름은 이상기온 때문에 몹시 무덥고 모기가 극성을 부린다고 한다.

사람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더위도 모기에게는 더할 수 없는 쾌적한 환경이
되는 모양이다.

이렇게 고약한 날씨가 모기에게라도 좋다니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얄미운 생각도 든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주제에 사람이 좋아하는 환경을 좋아해야
할텐데 정반대로 사람이 견디기 어려운 환경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과 모기는 서로 앙숙같지만 또 서로 돕고 도와주는 상부
상조하는 사이인 듯도 하다.

사람은 모기를 파리와 더불어 싫어하지만 모기가 사람이 사는 근처에 살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기실 사람이다.

물론 모기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서도 산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근처에 서식하는 모기는 사실 사람이 만들어 준 환경
에서 자란다.

각종 음식물 찌꺼기와 오물들, 고여서 썩은 물들이 바로 그것이다.

누가 내게 "절에도 모기가 있습니까"하고 질문 같지도 않은 것을 물었다.

그래서 나는 웃으면서 "스님 피를 좋아하는 모기만 절에 살지요"하고
대답했다.

웃자고 한 소리이지만 절에는 세속에 비하여 모기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스님들은 예로부터 주변 환경을 청결하게 하고 산다.

우리들이 어릴 때 집안이 깨끗하면 어른들은 "흡사 절간같이 깨끗하구나"
하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요즘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어떤 마을은 모기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하는데 결국 사람이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이다.

환경을 오염시킨 대가를 모기가 갚아주고 있는 것이다.

사찰에도 요즘은 예전같지 않아서 모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산에 있는 절에도 사람이 많이 찾아오고 그에 따라 오염되고 있다는
증거다.

따지고 보면 파리나 모기조차도 인간에게 매우 유익한 것이다.

세상에는 아무것도 필요없는 것은 없다고 한다.

특히 생태계에 있어서는 어떤 생명체도 없어져서 되는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러니 파리나 모기도 멸종되어 없어져도 될 그런 생명체는 아니다.

오히려 어떤 생명체보다도 더욱 필요하고 유익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사람 가까이서 살고 있는 것일 게다.

우선 모기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지만 다른 박쥐같은 동물이나 새들에 먹이가
되어 주기도 한다.

모기가 없어지면 생태계의 먹이사슬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것은 인간이 모기의 천적을 없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전에 제주도에서 도반 돈수 스님과 같이 지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밤만 되면 모기 때문에 시달렸었다.

제주도의 바다 모기는 족보가 있다고 할 정도로 극성스럽다.

그런데 돈수 스님은 그런 제주도 모기와 아무렇지 않게 지냈다.

모기장도 없이 팔 다리를 모기에게 내맡긴 채로 잠을 자곤 했다.

그러면 모기는 돈수 스님의 팔 다리에 다닥다닥 붙어서 피를 빨았다.

내가 "사람이 저렇게 미련한가. 어떻게 모기에게 뜯기면서도 그렇게 아무렇
지도 않을 수가 있는가?"했더니 그의 대답은 "처음에는 괴롭지, 하지만
몇번만 참고 모기에게 맡기면 면역이 생겨서 견딜만 해지지"하는 것이다.

아직 보광사에는 더위도 견딜만 하고, 모기도 극성을 부리는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주변에 풀도 좀 베고, 쓰레기통도 비우고 해서 미리 모기가 살
환경을 파괴해야 하겠다.

인간이 살 환경을 오염시키고 파괴하면 파리나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모기나 파리가 살 환경이 파괴당한다.

보광사의 올 여름은 모기가 살 환경을 파괴하고 사람에게 보다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봐야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