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경제위기를 몰고 온 주범중 하나로 낙후된 금융시스템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최근 EMP라는 미국의 자산관리회사가 한일시멘트에 투자하기까지의 과정은
선진 투자기법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한국기업의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한 EMP는 지난
2월말 국내 증권사를 통해 투자유망기업을 물색해 달라고 의뢰하고 이
회사를 추천받았다.

EMP는 이때부터 한일시멘트의 가치를 정밀조사하기 시작했다.

먼저 공인회계사를 보내 한일시멘트의 자산과 부채를 실사했다.

장부만 2개월여동안 검토했다.

다음 시멘트담당 애널리스트와 한국담당 애널리스트가 직접 방문, 기업
내용을 살폈다.

이후 투자담당 임원이 경영자들에 대한 인터뷰도 실시했다.

마지막으로 변호사를 보내 법률적인 문제가 있는지 점검했다.

무려 4개월반동안 이모저모 따져본후 7년만기 연 5% 금리라는 조건으로
전환사채를 인수했다.

지급보증이나 만기보장수익률은 없지만 연 20%의 수익률은 문제 없다고
자신한다.

한국 기관투자가들은 어떤가.

은행들이 기업에 대출할때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은 담보와 누가 지급보증을
섰느냐는 점이다.

정치입김이 작용한다면 대출관계자의 조언은 완전 무시된다.

동반부실은 당초부터 예정돼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EMP의 투자자세는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박준동 < 증권부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2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