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중국 일본과 더불어 유교문화권 안에 놓여 있다.

유교문화의 특징으로는 과거를 통한 출세주의, 학습에 의한 인격주의,
남아선호사상, 가부장제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유교가 우리나라에 들어 온 이래 지금까지도 우리들의
삶 곳곳에 배어있다.

그러나 남아선호사상과 가부장적인 모습들은 급변하는 경제패러다임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남편이 가사일을 돕는 것은 이미 보편화되었고 더 이상 아들만을 원하지
않는다.

특히 IMF이후 직장을 잃고 가족을 돌보는 아버지들이 늘어나면서 유교적
가부장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이번에 실시한 "아빠사랑 어린이 동시대회"의 작품들에서도 변화된 아빠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라면은 엄마보다 아빠가 끊인 것이 더 맛있다" "아빠는 우리집 요리사"
등은 이제 아빠가 가사일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는 존재에서 같이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는 친근한 존재로 자리잡았음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가사일을 분담하는 등 가정을 같이 꾸려나간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직장을 잃고 가정에서의 입지가 좁아진 아버지들이 아내들의 눈치를
보며 억지로 하는 일이라면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외신을 보면 노년에 직장을 그만둔 남편에게 재산분배
요청을 하고 나홀로, 자유롭게 살려고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한 적이 있다.

실제로 이번 동시대회 응모작중에서도 일부이긴 하지만 아빠에 대해
불평하는 엄마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내용들이 있었다.

"아빠에 대해 투덜투덜거리는 엄마" "아빠를 구박하는 엄마가 밉다" 등의
표현을 대했을 때 안타까웠다.

이는 남편을 영원히 사랑하며 살아갈 동반자로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돈 벌어오는 기계"로 보는데서 연유한 것이 아닐까?

아무리 IMF 경제대란이 우리 아버지들을 힘들게 한다고 해도 아내의 따뜻한
사랑과 격려가 있다면 한결 아버지들의 어깨가 가벼워질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등을 토닥거려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남편들에게는 용기를 잃지 말라는 의미에서, 아내들에게는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등을 토닥거려 주며 힘든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