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만큼 옛 게르만어의 문법체계와 철자법을 고수해 오고 있는 언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철학자 피히테가 "독일민족에게 고함"에서 독일인이 다른 게르만계인과
다른 점으로 강조한 것도 게르만어를 그대로 보존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마 보수적인 독일인들의 자존심인지도 모른다.

독일어는 지금 약 1억3천만명이 사용하는 세계 제6위의 언어다.

이를 모국어로 삼는 인구가 약 9천2백만명이나 된다.

본래 인도유럽어족에서 분파된 서게르만어에 속하는 영어 네덜란드어
프리기아어와 같은 계통이다.

독일어는 독일 오스트리아의 국어이고 인구의 74%가 독일계인 스위스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에서도 공통어로 쓰이고 있다.

이밖에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유고 등에도 상당한
독일어 사용인구가 있다.

미국에도 약 5백만명에 이르는 독일계 미국인이 살고 있다.

문법이 너무 복잡하고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국내외의 지적에 따라 개정된
독일어 철자법이 내달 1일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철자법개정은 1세기만의 일이고 토론과정만도 10여년이 걸린 대역사다.

수백년동안 쓰이던 에스처트는 단모음뒤에서 "ss"로, "ph"는 "f"로 바꾸며
낱말은 음절에 따라 나누고 쉼표규칙은 52개에서 9개로 간소화한다는 것
등이 주요내용이다.

지난 96년7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독일어권 민족대표들이 철자법
개정안에 합의하자 귄터 그라스를 비롯한 작가 학자 언론인 등 1백여명이
이에 반대하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발표하는 등 반발도 만만치않았다.

그런 와중에서 이번 독일정부의 결정은 "철자법개정이 자녀교육권을
방해한다"는 한 부부의 헌법소원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합헌"판정을
내림으로써 이루어졌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우리 문화관광부는 지난해부터 서둘러 추진해오던 한글맞춤법 로마자표기법
등의 개정안을 최근 전면 재검토키로 했다.

출판계의 반발도 거셌지만 국립국어연구원의 개정시안이 너무 졸속이었기
때문이란 뒷소문도 무성하다.

독일의 경우를 보면 89년 맞춤법을 개정한뒤 9년만에 다시 바꾸려들었던
우리의 성급함이 몹시 부끄러워진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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