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한국표준협회와 공동주최로 지난 7일 미국 MIT대 루디
돈부시 석좌교수를 초청, 특별강연회를 가졌다.

본사는 돈부시 교수가 우리나라의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기 위해 안광구(전 통산부장관) 한국표준협회장과 특별
단독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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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자 : 안광구 < 한국표준협회장 > ]

<> 안광구 회장 =동남아 환란사태가 발생한 이후 여러나라 가운데 태국이
비교적 잘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 루디 돈부시 교수 =태국도 시작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단 새정부가 자리를 잡자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을 매우
세심하게 따랐습니다.

이에따라 IMF 프로그램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수출이 정상화되고 국내신용문제도 나아지고 있어요.

한국은 태국과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한국은 금융및 기업구조개혁을 해 나가야 하는데 많은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고 봅니다.

<> 안 회장 =얼마전까지만 해도 동아시아 지역은 시장의 역동성 등으로
"떠오르는 경제발전모델"로까지 평가받았으나 작년의 외환사태이후 이러한
견해가 급속히 냉각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과 동아시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돈부시 교수 =그동안 아시아지역 정부의 역할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외환사태를 초래한 불건전한 금융시스템은 관료주의에 의해 존속돼
왔습니다.

정부의 간섭은 되도록 적게하는 반면 투명성과 개방성을 높여야 합니다.

한국의 문제는 금융등 각부문의 개방성 부족에서 비롯됐고 앞으로 문제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직접투자부문의 문호를 더욱 넓혀 외국인들이 보다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한국도 태국처럼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안 회장 =한국이 작년말에 갑자기 IMF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전락한
가장 구조적이고도 중요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진단하십니까.

<> 돈부시 교수 =한국은 작년말 아픈 사람이 병원을 찾아가듯 IMF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한국경제의 외부적 사망을 피하기 위해서였죠.

굴욕적인 일이었지만 지금 한국이 일어서도록 지원하고 있는 IMF를 비난
하는 것은 무모한 일입니다.

구조적인 문제점은 한국의 대기업이 수익을 중요시하지 않는 확대일변도의
투자전략으로 재정적으로 매우 불안한 성장을 추구한데 있습니다.

거기에다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탕진, 큰 위기를 초래한 것입니다.

성장을 계속하려면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면 한국은 과거 20년동안 이룩한 경제성장의 활력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20년을 위해 건전한 경제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안 회장 =5개 부실금융기관의 퇴출결정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금융구조조정방향은 올바른 것입니까.

<> 돈부시 교수 =제가 보기엔 세가지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합니다.

우선 퇴출은행에서 부실대출을 격리시켜 이를 처분해야 합니다.

두번째는 퇴출은행의 우량대출을 우량은행에 넘겨야 합니다.

세번째는 은행계에 보다 많은 외국인을 참여시켜야 합니다.

은행을 운영하는 실력면에서 외국인은 한국인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
해야 합니다.

<> 안 회장 =기업구조조정방향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시죠.

<> 돈부시 교수 =두가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 명백하게 이익을 낼수 없는 기업들이 위태로운 상태로 존속하고
있습니다.

이익을 낼 수 없는 기업이라면 시장에서 빨리 퇴출해야 합니다.

둘째 한국 대기업들은 마치 공기업처럼 취급돼 왔으며 이윤에는 거의
무관심한채 성장에만 몰두해 왔습니다.

이들이 외국인을 포함한 주주들의 의사에 보다 더 큰 중요성을 두고 경영
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 안 회장 =한국정부는 최근 11개 대형 공기업 매각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돈부시 교수 =한국과 같은 상황에서는 공기업 민영화가 반드시 필요
합니다.

쿠바조차도 공기업민영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공기업을 공개입찰에 부쳐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기업이 이를 인수하게
해야 됩니다.

물론 외국기업의 입찰참여를 허용해야 합니다.

외국기업이 한국경제를 좌지우지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구도는 외국기업이 한국기업을 인수하게 된다면 기존 기업을
한국의 파트너로 삼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내대기업이 공기업 민영화에 참여한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 안 회장 =한국기업의 국제 경쟁력강화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 돈부시 교수 =지난 20년간 한국은 인력양성에 큰 투자를 해왔으나
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경제전반에 걸쳐 특히 기업내에서 "탈중심화"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져
스스로 관료주의를 줄여가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이것이야말로 경쟁력을 높이는 길입니다.

<> 안 회장 =최근 일부은행의 퇴출방침 발표이후 해당 은행의 직원들이
보여준 인수협조거부는 그간 한국사회에서 확산되어온 모럴 해저드로 인한
현상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기업이나 금융기관, 나아가 정부나 국민들에게 도덕성의 문제와
관련하여 권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돈부시 교수 =한국에서는 앞으로 언제라도 정치적 이슈가 될 수 있는
주요기업의 도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도산한 기업은 경제적으로 생존하기를 원합니다.

따라서 도산기업의 근로자들은 정부가 개입해 파산기업을 구제해 주기
바랍니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서 도산기업을 구제해 주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기업도산의 문제가 정치화된 그 순간부터 길은 어긋나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누가 어떻게 손해를 보는가와 어떻게 해야
한국이 제자리로 돌아와 앞으로 나갈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정부가 금융위기를 신속히 해결하면 할수록 국민이 일자리로 돌아가고
번영을 회복하는 시기가 빨리 올 것입니다.

<> 안 회장 =한국의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외국인투자유치가 무엇보다 중요
합니다.

이를위해 한국의 경제계나 정부, 국민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
하십니까.

<> 돈부시 교수 =한국관료들은 그동안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지속적으로
거부해 왔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전략의 대가가 얼마나 비싼지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그 관료들이 온존해 있으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이윤을 내겠다거나
다시 활동하겠다는 것에 대해 제한을 풀겠다고 말하지만 외국인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볼때 오늘날 관료가 막강하다고 해서 그 힘을 이용해 기업에
간섭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관료들의 그러한 간섭이 먹히고 있다는 측면에서 저로서는
흥미롭기 그지없는 나라입니다.

<> 안 회장 =한국의 경제개혁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관료들이라고 누차
지적하고 강조하셨는데 관료들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돈부시 교수 =지난 10여년간 외국인이 한국내 직접투자를 못하도록 막은
사람들이 바로 관료들입니다.

현재 경제위기의 상당부분도 관료들에게 있습니다.

관료주의는 한국의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거액의 달러표시 외화단기금융을
차입케 하고 그 돈을 무모하게 다른나라 채권에 투자토록 했던 것입니다.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마치 차도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위기상황을 초래케한 관료주의는 사라져야 합니다.

그것은 창조적 생산경제를 이룩하는데 장애물입니다.

그러나 관료주의를 제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 안 회장 =미국이 작년에 2천억달러가 넘는 무역적자를 낸 반면 일본은
8백억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엔화는 급속한 절하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
영향으로 중국 위안화의 절하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일본 엔화 절화의 근본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그리고 이 것이 동아시아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십시오.

<> 돈부시 교수 =엔화가 절하된다는 것은 일본경제가 반신불수의 경제이며
심한 경기침체의 와중에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나는 분석합니다.

일본에서는 이제 돈을 벌 수가 없습니다.

돈을 벌고 싶어하는 일본투자자들은 일본을 떠나야 합니다.

따라서 엔화가 평가절하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앞으로도 엔화약세는 지속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일본정부가 경기회복이 가능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조속히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는 대신 성장이 둔화될 것입니다.

따라서 수출주도의 경기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아시아 각국들의 경기도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멕시코는 쉽게 지나갔습니다.

그 이유는 "호황의 미국"이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이죠.

아시아는 지금 형편이 다릅니다.

<> 안 회장 =그간의 고속성장에 익숙해져온 한국국민들은 작년말 이후
IMF체제에 직면해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당황과 혼란속에 빠져 있습니다.

비록 현재는 어렵지만 밝은 미래를 향해 새로운 전진을 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마지막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충고 한마디 부탁합니다.

<> 돈부시 교수 =제일 중요한 문제는 21세기에 제대로 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는군요.

한국은 금세기말까지 매우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국인들이 지금까지 근면하게 일하며, 저축도 많이 하고, 열성적으로
교육에 투자해 왔듯 말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현재 국제적으로 좋은 평판을 얻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더욱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력자원이 자산화될 수 있도록
현명하게 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보다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도록 하고 민주주의가 그 빛을 발하게 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
하다고 봅니다.

< 정리=노웅 기자 woong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