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컨설턴트들은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공기업
민영화를 서두르고 빅딜보다는 계열기업정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14일 한국경제신문사 18층 다산홀에서 영국대사관과 한국경제신문사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IMF 극복을 위한 리스트럭처링
세미나"에 참석한 주제발표자들은 이같이 지적했다.

비키 라이트 영국컨설팅협회장 등 영국경영컨설팅사절단을 초청해 연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자들은 한국은 공기업을 효율적으로 민영화해야 해외
합작파트너를 충분히 유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엔 박양호 경영지도사회장, 최홍건 산업자원부차관, 박용정
한국경제신문사장 등 관계인사 3백여명이 참석했다.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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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바버 < 솔러스 인터내셔널 전무 >

=한국은 공기업및 공공기관을 빨리 민영화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IMF체제를 거친 영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영화를 할 땐 사이즈만 줄이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단순히 다운사이징만 할 것이 아니라 조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먼저 관료적인 인력관리를 없애야 한다.

연공서열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민영화를 하더라도 효율성이 높아지지
않는다.

때문에 조직의 계층을 크게 줄여야 한다.

그래야 의사전달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경영의 신축성이 유지된다.

요즘 한국의 구조조정은 너무 정부주도적으로 추진되는 경향이 있다.

단기적인 정책보단 현장에서 구조조정이 제대로 실시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국에서 대기업이 가족회사 경향을 띠고 있다는 지적도 그렇다.

한국의 대기업이 가족기업 성향을 가졌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건 아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가족기업 성향을 가지면서도 효율성을 지닌 기업들이
많다.

무조건적으로 가족회사 성격을 없애려는 정책은 잘못된 것이다.

적절한 인력 배치에 중점을 둬야 한다.

한국은 요즘 벤처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에인절 캐피털의 조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

에인절 캐피털을 육성하는데 힘쓰기 보다는 "비즈니스 링크"를 설립하는
방안도 강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비즈니스 링크는 현재 영국에서 실시중인 제도다.

각 지역마다 비즈니스 링크을 둬 조인트 벤처를 원하는 중소기업들이 모든
자문을 한자리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곳의 자문역은 영국 상공부(DTI)와 상공회의소및 각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 비키 라이트 < 영국경영컨설팅협회장 >

=한국은 IMF 극복을 위해 지식산업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한국이 추진 중인 지식산업 발전정책은 약간의 문제점을 가졌다.

지식산업을 너무 정보 통신 첨단기술 등에만 무게를 둔다.

지식산업엔 첨단기술분야 이외에 경영컨설팅과 회계자문도 포함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지식산업이 제갈길을 갈 수 있다.

너무 기술에만 치중하다보면 지식산업이 방향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제 컨설팅은 정보기술(IT) 인재개발 경영전략 마케팅 프로젝트관리
환경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더욱이 적용대상 분야는 매년 더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컨설팅업체들의 수익성도 갈수록 높아진다.

지난 1년동안 영국의 컨설팅회사들은 총 40억파운드의 수익을 올렸을
정도다.

그만큼 컨설팅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컨설턴트로서 한국 정부와 기업에 충고하고 싶은 것은 공기업을 시급히
민영화해 고객만족을 달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영기업이 아닌 기업들도 슬림화를 추진해야 한다.

다만 한국정부가 추진중인 "빅딜"은 문제가 있다.

빅딜을 먼저 진행시키기 보단 계열기업정리를 먼저 해야 한다.

30대 그룹기업들이 계열사를 정리하거나 통폐합을 추진한 뒤에 빅딜을
시작하는 것이 낫다.

왜냐하면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을 빅딜하는 것은 오히려 구조조정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딜에 앞서 그룹내의 구조조정에 더욱 힘을 쓰는 것이 최선책이다.

<> 폴 도노호 < 도노호대표 >

=IMF체제를 극복하려면 인력관리및 인력개발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국은 그동안 인력개발을 하는데 단순히 취업교육에만 편중해 왔다.

그러나 인력관리와 개발은 업무를 부여하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실은 업무를 주고 난 뒤 그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업무가 효율적으로 추진돼야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홍콩과 인도에 직업교육센터를 설립하는데 자문해 왔다.

여기서 느낀건 아시아지역 정부들은 교육훈련센터를 설립하기 전에
컨설팅이나 사전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일단 정부정책에 따라 교육훈련센터를 지어 놓고 난뒤 "필요한 사람은
오라"는 식이다.

인재양성 훈련은 컨설팅절차를 거친뒤 교육센터를 짓는게 바람직하다.

요즘 한국에서 추진중인 정리해고는 상당히 무리가 있다.

기업의 경쟁력은 단지 조직을 개편하는 것만으론 결실을 거둘 수 없다.

외형적인 조직 간소화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배가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부서가 폐지됐다고 그 부서에 있는 직원을 모두 퇴직시키는 방법은
없어져야 한다.

이 보다는 직원들의 책임의식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인력을
줄이는 것보다 나은 때도 많다.

인원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 정리=이치구 기자 rh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