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5일 한글과컴퓨터는 아래아한글에 대한 추가투자를 포기하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자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MS의 한컴에 대한 투자규모는 1천만~2천만달러로 곧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에따라 그동안 영웅대접을 받아온 한컴의 기업주는 국민의 긍지를 외국에
넘긴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또 한컴은 죽더라도 아래아한글은 살려야 한다는 운동이 일부 단체와 제품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들은 "아래아한글은 단순한 프로그램의 차원을 넘어 국산 소프트웨어(SW)
의 마지막 자존심"이라며 "한글이 MS워드로 대체된다면 국내 SW시장 자체가
종속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아래아한글을 사랑해 왔기에 이같은 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아래아한글의 존폐는 시장원리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MS의 투자는 외국자본의 유치효과외에도 국내 SW시장의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아한글의 퇴출을 둘러싼 지상논쟁을 싣는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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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 벤처기업협회 회장 >


1조원어치의 가치를 지닌 "아래아한글"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공정한 시장경쟁을 통하여 1조원어치의 국익을 지키고자 "아래아한글
지키기 운동본부"는 지난 7월6일 한글과컴퓨터(한컴)사에 공개 투자 제의를
했다.

그렇다면 한글지키기운동본부는 왜, 그리고 어떻게 아래아한글을 지키고자
하는가.

아래아한글은 최소한 1조원어치의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아래아한글이 사라질 경우 4백만 사용자들의 재교육에 4천억원(4백만 x
10시간 x 1만원)이 든다.

약 10억건의 정부 공공문서를 마이크로소프트(MS)워드로 대체하는데도
최소한 1천억원(10억건 x 1백원)이 든다.

그나마 MS워드가 아래아한글을 완전히 호환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또 향후 5년간 1카피당 평균 5만원에 1천만카피가 판매된다고 치자.

이 기간동안 워드프로세서 추가판매비용도 5천억원에 이른다.

이를 포함하면 최소한 1조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가치는 4백만 한글 사용자들이 앞으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벤처산업의 기반이라는 점이다.

SW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지배력이다.

SW 사용자는 가장 먼저 접한 SW에 중독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점이 MS가 그토록 세계 SW시장 점유율을 높이고자 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의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한글 워드시장을
고스란히 MS사에 내주어야 하는가.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단연코 아래아한글이다.

이를 위해 첫째 4백만 아래아한글 사용자중 그동안 정품을 사용하지 않았던
사용자들이 연회비 1만원을 내고 연회원으로 등록하기를 호소한다.

연회원들에게는 한컴이 정상화되면 무상 업그레이드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예정이다.

둘째 향후 한컴을 국민의 기업으로 재탄생시키고자 국민주 모금 운동을
전개한다.

5만원 이상을 납부하는 분께 향후 주당 5천원으로 계산해 주식을 나눠
드리게 될 것이다.

셋째 정부 및 공공기관의 한글 정품구입을 촉구한다.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PC는 1백50만여대에 이른다.

지난달 2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품구입을 결정, 아래아한글지키기에
동참한 바와 같이 모든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 정품사용에 적극 가담한다면
우리의 자존심과 실익이 동시에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아래아한글대체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으나 성공가능성
은 미지수다.

만약 성공가능성이 50%라고 해도 5천억원의 손실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대체품개발에 대한 논의는 아래아한글의 향방이 결정되고 나서
거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자칫 아래아한글을 지키고자 하는 국민운동이 희석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정보화시대이다.

국가의 정보인프라 구축은 과거 산업사회의 자동차 철도 항만 도로 등의
인프라 구축 만큼이나 중요하다.

4백만 사용자를 가진 아래아한글은 이러한 정보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다.

1조원어치의 경제적 가치와 미래 한국SW벤처의 기반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공정한 시장경쟁을 통해 한글을 반드시 지키고자 한다.

이제는 왜 한글을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명분을 따지기보다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고 본다.

말은 열심히 하면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면 명분만 찾는 사이에 1조원의
국부가 사라질 것이다.

각계 각층의 성원과 참여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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