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이달초 발표한 은행경영평가 근거자료를 두고 말들이
많다.

쟁점은 두가지다.

하나는 금감위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경영평가자료를
왜 서둘러 공개했느냐다.

외국회계법인이 평가한 BIS비율까지 발표해 대형시중은행들은 해외
자금조달길이 좁아지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다른 하나는 평가결과에 대한 신뢰도 문제이다.

물론 이번에 경영평가를 한 회계법인들은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집단이다.

이른바 "빅6"다.

이들은 그러나 정확한 분석엔 시간이 턱없이 모자랐다며 확인서명을
거부했다.

그렇다보니 결과의 신빙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건 빅6가 자인한
꼴이 됐다.

이런 탓에 은행, 특히 대형시중은행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들이 문제삼는 건 결과만이 아니다.

외국회계법인들이 사용한 잣대다.

회계법인들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잣대보다 훨씬 까다로운 기준을
들이댔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1개월이상 연체중인 여신을 모두 부실여신으로 분류한 게
대표적이다.

미국이나 국제통화기금(IMF)도 3개월이상 이자를 받지 못하는 여신을 부실로
분류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렇다보니 BIS비율은 형편없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회계법인으로선 엉터리 국내은행장부를 믿지 못했을거다.

결과에 책임을 져야하는 이들로선 보수적인 잣대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런 일이 언제 어디서든지 일어나게돼 있다는 점이다.

우리사회는 바야흐로 "외국인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각종 경영진단은 물론 신용평가 은행여신결정까지 외국인들이 참여하지
않는 곳이 없다.

객관적 심판의 위치는 모두 외국인들이 꿰차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외국회계법인들은 이번주부터 13개은행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한다.

금감위는 5대그룹 자산실사도 이들 회계법인에 맡기기로 했다.

이른바 "기업가치회생작업(워크아웃)"에도 외국인전문가가 관여한다.

제일 서울은행과 한보철강 기아자동차의 매각업무를 도맡아 하는 기관도
다름아닌 외국기관이다.

금감위조차 메킨지사로부터 감독기관개편안을 넘겨받아 실행하기로 했을
정도다.

그런가하면 외환은행은 외국인임원 2명을 영입했다.

다른 은행들도 외국인을 모셔오지 못해 안달이다.

어쩌면 외국인이 없는 회사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외국인들이 여러분야에서 활동하는게 잘못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IMF구제금융을 초래한 주된 요인중 하나가 후진적인 회계기준과
평가시스템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IMF체제를 하루빨리 벗어나기위해서 국제기준(글로벌스탠더드)에
맞는 관행을 성립시키려면 외국인들이 가진 선진적인 경험과 노하우는 절대
필요하다.

중요한 건 이들에게 영원히 이런 업무를 맡기고 기댈수는 없다는 점이다.

은행경영평가문제에서 보듯 국내기관과 외국인사이에 사사건건 논란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잘못된 결과가 나올 경우 그 책임추궁도
문제다.

정부는 "외국인이 했으니까"라고 떠넘기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과연 외국법인을 청문회에 세울 수 있을까.

이렇게 보면 외국인전성시대는 과도기로 그쳐야 한다.

아니 외국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업무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인력을 국내에서
키워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1년반만 지나면 IMF위기를 극복할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극복"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밝히지않았다.

단순히 환율안정만을 뜻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금융이나 기업의 구조조정을 하는 것만으로 IMF를 졸업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도 곤란하다.

진정한 졸업은 우리가 우리기업과 금융을 평가하고 감독할수 있을때에야
비로소 가능하다.

그래야만 다소 아니꼬운 외국인들의 행태도 극복할수 있다.

박영균 < 경제부장 yg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3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