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을 타깃으로 하는 중가제품들이 최근 급격히 몰락하고 있다.

장기간의 불황으로 중산층 붕괴현상이 가속화된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은 크게 고가와 저가상품으로 양분되고 있다.

막대한 자본으로 승부하는 고가브랜드와 가격경쟁력으로 버티는 저가
브랜드만이 살아남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가브랜드들은 그동안 자체브랜드 개발과 제품력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러나 IMF사태이후 힘 한번 못쓰고 맥없이 주저앉고 있다.

물론 "솟아날 구멍"이 없는 건 아니다.

위기가 닥칠수록 "원론"에 충실하면 된다.

소비재 생산부문에서 원론이란 무엇일까.

바로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명품 경영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최상의 품질만을 추구하는 고집스런 장인정신과 완벽한 고객서비스를
추구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명품철학"은 선진 각국의 유명브랜드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발리 구찌 등 브랜드는 백수십년동안 이런 경영철학을 굳건히 지켜오고
있다.

이때문에 처음에는 단골손님 위주의 소매점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엔
세계적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들 브랜드는 또 제품개발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은
전문성을 갖고 있다.

상당수가 가업으로 이어져 내려왔기 때문이다.

직업에 대한 편견이 없고 기술을 우대하는 선진국 문화도 이런 명품의
탄생에 한몫했다.

일반인들은 이들 브랜드가 높은 수익은 올리더라도 매출규모는 그리
크겠느냐는 반응을 보인다.

중소기업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대표적 캐주얼업체인 폴로&랄프로렌의 작년 매출실적은 60억달러에
달했다.

캘빈클라인은 44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수출이 1백7억달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또 1백년이상의 전통을 갖고 있어 각종 경영노하우도 우리 기업보다
앞선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들은 대부분 고가브랜드다.

그러나 처음부터 고가브랜드는 아니었을 게다.

소비자들이 품질을 인정하면서부터 높은 값을 쳐 줬을 것이다.

우리나라 중가브랜드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이것이다.

명품철학으로 무장해 IMF태풍을 이겨내면 유명 고가브랜드로 우뚝 설수
있기 때문이다.

이철훈 < 대영 대표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