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들의 가동률이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며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내수판매부진으로 관련업체들은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만 커진다고 말한다.

특히 부품업체들의 경우 일감은 절반으로 준 반면 원가는 30%가량 치솟아
더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밖에서 보면 온전한 공장도 안을 들여다보면 홍역을 치르기는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인들은 산업현장에서 느끼는 실제가동률은 50%를 훨씬 밑돈다고
입을 모은다.


<> 추락하는 가동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완제품메이커의 판매부진이
협력업체의 가동률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시화공단에서 베어링부품을 생산하는 거양은 국제통화기금(IMF)사태이후
주문량이 40%가량 줄었다.

자동차 전자제품의 소비가 줄면서 세트메이커에 베어링을 공급해온
한화기계의 생산량이 감소한데 따른 현상이다.

이 회사 송석준 사장(60)은 "그래도 공장을 돌려볼 양으로 작은 규모의
주문도 받고 있지만 일손만 늘뿐 수지에는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거양은 내수시장에 의지해서는 공장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수출길을
뚫고 있다.

반월공단에 있는 D중공업 D메탈 등 20여개 업체는 올들어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아예 공장문을 닫았다.

시화공단에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휴폐업에 들어간 공장이 71개사에
달한다.

인천남동공단에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공가동을 멈춘 공장이
1백17개에 달한다.


<> 투자 사실상 중단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자동화 및 설비투자가 올스톱
되다시피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경기침체 수출부진이 겹치면서 상반기중 투자의
선행지표인 자본스톡조정압력이 사상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생산활동에 필요한 산업기자재유통시장도 마비될 판이다.

시화공구상가 21동 1층에서 볼트 너트를 판매하는 호성볼트의 노창석사장은
걱정이 태산같다.

공장이 어느정도만 돌아가도 볼트 너트는 꾸준히 팔려나가게 마련인데
도대체 물건을 찾는 사람이 없다.

최근 몇달새 가게세를 제대로 내지못하고 있을 정도다.

주위에는 문을 닫는 가게들이 잇따른다.

자금난으로 경쟁력강화에 필요한 자동화투자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경기도 성남에서 공장자동화사업을 해온 S사 L사장은 투자라면 모든
기업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고 한다.


<> 가동률을 높이려면 =한국경제연구원 이수희 연구위원은 "공장가동률을
어느정도 유지해야 생산기반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번 쓰러진 공장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2,3년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공장이 살아 있어야 산업간 형성된 무형의 자산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적어도 은행의 빚독촉으로 쓰러지는 기업이 나오지 않도록
제조업체에 자금숨통을 터주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채권만기연장조치를 확대시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투자와 관련한 세금은 한시적으로 면제해야 경쟁력강화를 위한 최소한의
투자가 유지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산업연구원 온기운박사는 "최근의 산업기반붕괴현상을 막기 위해선 경제
회복에 필요한 설비확충이나 자본재수입은 활성화하는 쪽으로 정책이 마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경제연구소 신후식 박사는 "멕시코도 외환위기를 겪을 때 중소기업
관련부문에 대한 자금지원을 확대했다"며 "시중자금이 생산적인 쪽으로 흘러
갈수 있도록 국책은행을 통해 수출기업과 우량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신원식 무역협회 상무는 "수출업체들이 원자재난을 겪지 않도록
수입신용장(LC) 개설을 원활하게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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