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불이라는 인위적인 작용이 가해져 비록 속도가 빨라지긴 했지만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흙의 본성은 초목을 키우는 어머니의 너른 품이다.

겨울철 얼어붙은 흙은 자양지토로서의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없으므로
따뜻한 태양의 조력을 얻어 빨리 해동시켜야만 한다.

화생토의 한 측면은 이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여름철, 불이 왕성한 경우는 화생토가 반갑지 않다.

소위 화다토초의 상황이 되어 천지가 말라버리는 상황이 연출된다.

더욱 극심한 경우로 사주에 물이 한 방울도 없는 경우, 고문에서는
화염토조(불꽃이 이는 가운데 흙은 말라간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생극의 작용이 거꾸로 진행된 반생극의 예이다.

거꾸로 불이 적고 흙의 세력이 왕성한 경우, 불은 점차 어두워져 종국에는
꺼져버리고 만다.

자식이 왕성하여 오히려 엄마가 쇠약해지는 자왕모쇠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습기가 많은 진토, 축토, 그리고 천간 기토는 이러한 작용에 기름을 붓는다.

자체의 물기는 불의 기운을 급속히 와해시켜버리기 때문이다.

이를 일컬어 토다화회라 한다.

사주명식이 불과 건조한 흙만의 조합으로 되어 생의가 없으면 승도지명이라
한다.

너무나 건조한 사막이라 세속의 부귀와는 인연이 없어 이렇게 추리하는
모양이다.

사주추명의 첫번째 순서는 일간과 월지의 관계에서 출발하는 그 왕쇠강약의
분별에 있으며 그 다음은 기후관계를 고려한 온도와 습도의 측정이다.

한난조습의 경향을 잘 추론하여 어떠한 인자를 더하고 보태면 훌륭한
기상조건(중화지상이 될 것인가를 따지는 것이다.

이를 섞어찌게 혹은 비빔밥이라는 용어로 대신하기도 한다.

갖가지 재료로 잘 비벼져야 훌륭한 비빔밥이지 않겠는가?

오행이 모두 갖추어진 사주가 일단은 대접받을 수 있다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성철재 <충남대 언어학과 교수/역학연구가 cjseong@hanbat.chungnam.ac.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