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위원회가 발표한 1차 공기업민영화계획은 주요 공기업을 거의 전부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통신공사 담배인삼공사 포항제철 한전 한국중공업 가스공사 등 6대 공기업과
종합화학 송유관공사 국정교과서 한국종합기술금융 지역난방공사 등이 포함된
1차 계획 대상업체의 민영화만 완벽하게 이루어진다면 공기업문제는 사실상
해결된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1차 민영화대상 11개사와 이들의 자회사 21개를 합치면 매출 및 종업원수가
공기업전체의 70%에 달한다는게 기획예산위원회의 설명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겉으로 보면 이번 민영화계획은 매우 과감한 감이 있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민영화를 하겠다는 민영화계획인지 안하겠다는
민영화계획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감도 없지만은 않다.

6대 공기업 매각계획을 보면 과연 이런 조건으로 살려는 사람이 있을지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한국중공업외에는 하나같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주주가 나올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각할 주식의 비중이 적을뿐 아니라 동일인 소유한도를 지나치게 낮게
규정하고 있어 주인있는 책임경영체제가 가능한 민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까지 공기업 민영화는 여러차례 추진됐지만 결국 말에 그치고 말았다.

대기업에 대한 특혜시비 경제력집중우려 증시불안에 따른 매각차질 등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근본적인 요인은 각 부처마다
직할영지격인 공기업을 놓지않으려는 성향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획예산위가 내놓은 1차 민영화계획이 국민들의 눈에 과거 정부에서
밝혔던 비소한 계획들과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된다고 본다.

실제로 종합화학 국정교과서 종합기술금융등 규모가 적은 몇개 공기업과
한국중공업 민영화계획은 시점을 분명히 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구체성도
있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한국중공업을 제외한 5대 공기업 민영화계획은 문제가 있다.

이중에는 민영화대상에서 제외해야 하거나 적어도 현시점에서 민영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공기업들도 없지않다.

한전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면 그런 기업들은 매각여건이 성숙될 때 민영화를 추진키로 하고 1차
민영화대상에서는 제외하는 것이 오히려 정직하다.

한국의 개혁이 말 뿐이라는 평가가 해외에서 결코 없지않은 마당에,
해외투자가들의 주요 관심사인 전기통신공사 포철 담배인삼공사 등의
매각조건이 경영권행사가 불가능하도록 돼있다는게 알려질 경우 무슨 억측이
나올지 생각이나 해봤는지 궁금하다.

제값을 받기 어려운 현시점에서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시각도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민영화계획을 내놓지 말아야 한다.

민영화를 하겠다는 방침아래 민영화계획을 만들었다면 이번 1차계획은
살 사람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는 현실감이 결여된 느낌이 없지않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