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놈부부란 무단히 싸우고 조금만 성미에 거슬려도 다투는데, 다투는
것이 지나치면 때린다.

저녁에 주먹질하다가도 아침이면 가까워지며 금방 왁자지껄하다가도 곧
헤헤 거린다"

정조는 1784년 술김에 바가지를 긁는 아내를 발로 차서 죽인 사형수
춘복의 판결문에서 부부간의 끈끈한 정을 이렇게 설명해 놓았다.

그리고는 "고의성이 없을뿐만 아니라 남편이 아내때문에 죽는 것이 죽은
아내의 마음을 반드시 위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어
사형을 감해 정배형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죽은자의 속마음까지 헤아린 명판례로 당시에는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여인의 삼종지도를 강요했던 조선시대때나 통했던 얘기다.

"부부는 전생의 원수가 만나는 것"이란 옛말처럼 정말 "악연"을 생각나게
하는 부부들이 예나 지금이나 퍽 많은것 같다.

남존여비사상이 강했던 우리나라의 경우는 "새색시는 다홍치마적에 잡아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최근 한 학자의 조사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부 10쌍중 3쌍이 부부폭력을
겪고 있다고 한다.

1천3백만쌍중 4백8만쌍이 적어도 1년에 한번이상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미국이나 홍콩의 2배나 되는 수치다.

우리 부부싸움은 아내구타가 대부분이다.

부부간의 폭력은 자녀에게도 치명적이고 장기적인 손상을 입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자녀들이 우울증 학습장애를 겪기 쉽고 특히 딸은 남성혐오증에 걸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세대에도 가정폭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오늘부터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다.

이제 가정폭력은 더이상 "집안일"이 아니라 "범죄"로 취급받아 퇴거나
1백m내 접근금지는 물론 구치소에 갇힐 수도 있다.

본래 부부란 경과 신으로 맺어진 동등한 인간이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아내에게 욕이나 손찌검을 하는 일은 생각할 수 조차
없었다.

법률이전에 예의 법도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인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