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강요하는 기업구조조정은 실패할 것이며 구조조정
의 순서를 잘못 설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정부의 중간직급 관료들이 아직 의식을 바꾸지 못하고 있으며 이것이
개혁에 중대한 장애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세계적 경제전문지를 발행하는 이코노미스트그룹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
가 후원한 "한국 새정부와의 원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전문가들은 24일
폐막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경제개혁에 대해 정부관료들이 의욕만 앞세운
나머지 여러가지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토론에 참석한 각국 전문가들은 기업구조조정은 시장개혁을 먼저 추진한
다음 시장매커니즘이 작동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게 순서라고
말하고 한국에서는 이 두가지 목표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상당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빅딜은 멀지않은 장래에 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해외기업 관계자들은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정부가 추진하는 빅딜은
열에 아홉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론을 제기했다.

아시아지역 전문가이며 이번 행사의 공동의장인 데이비드 오리어는 "대부분
외국 투자자들이 아직 한국의 개혁에 대해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으며
투자형태에 대해서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회의 적인
토론분위기를 전했다.

또 "정부의 고위 정책결정자들과 일선 실무자들간에 현격한 시각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히고 "필요하다면 관료들을 재교육 해서라도
개혁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국의 개혁에 대해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들이 많았으나 기업
구조개혁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
했다.

또 "기업들 역시 구조조정에 대한 스스로의 비젼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다"며 "기업들이 자시의 비젼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경제전망과 관련해서는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안정되려면 엔화와 위안화 안정, 내부개혁의
성공, 국제적 협력 등 여러가지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3년 이상 결릴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고 5년이상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도 있었다.

한편 지난 22일부터 3일간 열린 원탁회의는 민간단체로는 사상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토론회(23일)를 갖고 대회 첫날에는 김대중대통령을 예방(22일)
하는 등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5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