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위원회가 어제 새정부의 개혁 청사진을 담은 1백대 국정과제를
확정.발표함에 따라 국정전반의 개혁작업이 본격화 될 것 같다.

우선순위와 재원사정 등을 고려해 경제 32개, 정부 21개, 사회 27개, 미래
20개로 간추린 1백대 과제는 종전처럼 추상적인 장미빛 청사진을 제시하기
보다는 고통스럽더라도 반드시 해야할 과제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내놓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단기적인 구조조정 과제는 내년까지 완료하고 중장기과제는 2000~
2002년중 추진한다는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했으며, 추진주체를 담당부처
과단위까지 명시하고 국무조정실이 반기마다 부처별 추진상황을 점검.평가
하며 감사원은 이를 감사자료로 활용한다는 정부방침에서 강력한 실천의지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2백97개 중간 과제와 9백10개 실천 과제로 구성된 방대한 작업인
만큼 자칫하면 선거공약처럼 흐지부지되기 쉬우며 반대로 의욕만 앞선
나머지 졸속으로 추진될 위험도 크다.

따라서 국정 과제의 추진주체인 정부 자신부터 먼저 철저히 개혁해야 한다.

이 점에서 행정자치부가 올 하반기에 도입하려는 정책실명제 확대는
주목할만 하다.

외환위기나 경부고속철도사업과 같은 정책오류를 막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결재권자는 물론 정책결정 참여자 모두를 실명화하고, 관련문서의
생산 유통 및 보존을 제도화하며 각종 인허가 등 민원행정도 실명화한다는
것이 정부계획이다.

하지만 정책실명제가 전혀 새로운 얘기는 아니며 이것만으로 책임행정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잘못하면 책임회피를 위한 부처이기주의가 극성을 부릴 수 있다.

정말 고객중심의 기업형 행정으로 거듭나려면 행정정보의 적극적인 공개를
통해 여론의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

국민 모두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인 국정과제의 추진은 사후
책임추궁보다 사전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정은 구조조정을 신속히 완료해 재도약 기반을 구축하고 산업의
활력을 되찾는데 초첨이 맞춰져 있는 경제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주요 실천과제인 서울.제일은행 조기매각, 금융기관의 소유.지배구조 개선,
부실채권 조기정리, 기업회계기준 개선, 고용보험적용 확대, 그린벨트 개선
방안 등에는 모두 엄청난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때문에 국민의 고통 및
기득권층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공기업 경영혁신, 병역실명제 및 자치경찰제 도입, 법조비리
근절을 위한 변호사법 개정, 학생과 학부모를 과외에서 해방시키는 교육개혁,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참여 확대 등의 개혁과제도 기대가 큰 만큼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 같다.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처음 계획대로 1백대 과제를 추진하려면
다양한 여론수렴 및 집권층의 확고한 리더십 발휘가 요망된다고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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