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발생 21개월만에 또다시 발생한 "속초 잠수정사건"은
남북관계가 기본적으로 얼마나 취약하고 가변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이번 잠수정사건은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의 판문점을 통한
귀환과 유엔사-북한간 군장성급 회담, 영국 이코노미스트그룹 주최 대한
투자설명회 등 이른바 "판문점 3대 이벤트"가 있기 하루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남북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잠수정사건만 아니었다면 어제 정회장이 가져온 "빠르면 올가을부터 매일
1천명씩 금강산관광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은 온나라를 들뜨게할 정도로
반가운 뉴스였을 것이다.

그러나 TV를 통해 동시 중계된 정회장의 판문점귀환과 잠수정의 예인
모습은 북한의 야누스적 두 얼굴을 상징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북한은 "훈련중 기관고장으로 인한 조난"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아직
우리측의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아 무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번 사건은
새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번 잠수정이 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과는 달리 우리의
영해쪽으로 겨우 0.5마일 들어온 수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최악의
상황으로는 확대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지만 잠수정이 갖는
군사전략.전술적 성격을 감안할 때 사건처리과정에서 국민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다루는 군당국과 정부,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냉정하고도 신중한 자세를 당부하고자 한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결말이 나든 입으로는 화해와 협력을 말하면서 땅속과
바닷속을 통해서는 "남조선 전복"을 꾀하는 북한의 속성이 쉽게 바뀌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사건이라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작은 사건이 큰
사건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가 하면 남북관계 전반을 해치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될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사태의 침소봉대도, 의도적 축소도 다같이 경계해야 할 일이다.

먼저 조사에 정확성을 기해야 하고 결과에 따라 떳떳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

과거 남북관계는 순조롭게 진행되다가도 사소한 사건이 발단이 되어
급속히 냉각되는 사례가 너무 많았다.

이는 남북 모두에 적용되는 통일적인 행동규범이나 남북을 동시에 규율할
수 있는 제도나 규칙이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새정부의 정경분리원칙이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정경분리원칙이란 넓은 의미에서 남북간 크고 작은 모든 사안을 남북관계
전반과 연계시켜 접근하지 않는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이번 사건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새정부가 추구하는 대북 포
용정책의 기조가 흔들려서는 안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