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T&T 컴퓨터사업 왜 실패했나 (하) ]]

AT&T는 싯가의 두배이상을 지불하고 마침내 91년 9월 NCR을 인수한다.

그리고 나서 NCR이 AT&T의 기존 컴퓨터부문을 떠맡기는 했지만, 한동안
큰 변화는 없었다.

즉 NCR은 대체로 종전에 하던 대로 운영된다.

그러나 엑슬리의 후임인 길 윌리엄슨(Gill Williamson)이 시너지를 찾으려고
할때부터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윌리엄슨은 엔지니어들을 벨랩에 보내 컴퓨터사업에 도움이 될만한 기술을
찾아보라고 하였으나 성과가 없었다.

그러자 이제는 두 회사가 건물을 공유함으로써 비용을 절약하려고 한다.

그러나 AT&T에는 사무직 노동조합이 있었고 NCR에는 없었다.

따라서 각각 다른 규율의 통제를 받는 두 집단이 같은 건물에서 함께 일하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또 AT&T는 NCR의 방대한 해외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국제사업을 확충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NCR의 고객은 주로 선진국에 있는 반면에,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텔레콤시장은 대체로 개발도상국에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회사에서 텔레콤서비스를 구매하는 경영자가 컴퓨터도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이제는 NCR이 AT&T의 일부이기 때문에 공급파트너와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예를들어, 테라데이타(Teradata)는 대형소매상들에게서 인기를 얻고 있는
특수데이타베이스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이다.

NCR은 이 회사의 기술을 쓰고 있었는데, 테라데이타는 거래를 더이상
안하겠다고 위협한다.

테라데이타는 최대고객이었던 AT&T의 가 이제는 NCR의 제품을 쓸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테라데이타의 컴퓨터는 잘 팔리는 품목이었기 때문에, NCR은 할 수 없이
5억2천만달러에 이 회사를 산다.

그리고 컴퓨터사업의 거의 1/4을 차지하게 된 PC사업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NCR이 대형컴퓨터부문의 공통비를 부담하면서 PC에만 전념하는 컴팩같은
회사와 경쟁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또 NCR이 서비스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이른바 오픈시스템과 PC형 컴퓨터를
생산하자 큰 이익을 올리던 서비스및 컨설팅부문의 수익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문제들을 보다못한 AT&T는 드디어 경영에 관여하기로 하고, 93년초
윌리엄슨을 물러나게 한다.

후임으로 임명된 제르 스테드(Jerre Stead)는 전형적인 AT&T사람이었으며,
AT&T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려고 한다.

그러나 두 회사의 기업문화는 전혀 달랐다.

NCR은 보수적이고 위에서 엄격히 통제하는 회사이며, AT&T는 분권화된
조직이다.

스테드는 조직의 계층수를 줄였으며, 권한은 과감히 아래로 위양한다.

그러나 그 결과 적격이 아닌 사람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예를들어, 더 많은 권한이 주어진 영업사원들은 매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속이 없는 주문도 받기 시작한다.

또 회사이름을 AT&T Global Infornation Solutions로 바꾼것도 종업원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다.

95년초 스테드는 회사를 떠나고 후임으로 필립스전자출신 라스 나이버그
(Lars Nyberg)가 부임한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다시 NCR로 이름을 바꾼 컴퓨터사업부를 AT&T에서
떼어내고, 이미 예정했던 15%의 인원감축 외에 7천2백명의 종업원을 주가로
해고하는 괴로운 작업이었다.

화려했던 출발과는 대조적인 매우 씁쓸한 장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유필화 < 성균관대 교수 / 경영학 phyoo362@hitel.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