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충영 < 중앙대 국제대학원장 cyahn@cau.ac.kr >

금융감독위원회에 의한 부실퇴출기업의 발표로 우리 경제는 IMF관리체제
이후 이제 본격적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되었다.

정부는 판정대상기업 가운데서 17.6%에 해당하는 55개 기업을 부실로 판정,
퇴출키로 하였다.

상위 5대 재벌부터 64대 기업들의 계열기업들이 부실판정을 받았다.

이들 기업들은 금융공급이 끊어지고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IMF관리체제로 넘어간이후 양파 껍질을 하나씩 벗길때마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가려졌던 부실의 확대재생산 고리가 뚜렷해지고 부실의 규모가 계속
늘어나는 등 온통 부실투성이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구조조정의 핵심은 기업부실과 금융기관부실이 서로 맞물려있는
악순환고리부터 빨리 차단하는데 있다.

부실은행과 부실퇴출기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은 악성종기가 몸전체로
더 이상 번지기 전에 메스를 가하는 것과 같다.

환부를 수술하는데 고통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70년대의 석유파동때는 중동러시라는 탈출구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대외여건이 우리는 도와주기는커녕 불안요인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금융의 범세계화 현상 속에서 전개되는 엔화의 폭락세와 달러화와 EU의
단일통화가 전개하는 각축전은 세계경제 전제를 커다란 먹구름으로 뒤덮고
있다.

금융의 범세계화 파고속에서 부실속에 쌓여있는 작은 경제는 부실정리의
징후가 보이지 않을 때 하루아침에 국제금융자본의 퇴각으로 총체적 파국에
쌓일 수 있다는 것이 작금의 냉엄한 국제적 현실이다.

이제는 개혁의 구체적 실천속도가 문제될 만큼 대외환경이 시시각각으로
급변하고 있다.

엔화가 140엔대를 넘으면서 종합주가지수 300이 무너졌었다.

시장경제는 모든 경제주체가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가격신호에 따라
기업가는 진입과 퇴출을, 소비자는 상품선택을 스스로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하는 체제이다.

그러나 부실의 악순환 족쇄가 기업과 금융기관에 채워져 있는 지금의 우리
경제상황은 시장의 기본율 자체를 정지시켜 놓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지체없이 적극적 개입을 통하여 우선 경제의 총체적
파국을 막고 난 후 새살로서 시장의 힘을 복원시키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부실기업의 퇴출과정에서 이들과 연계된 하청 중소기업의 진성어음과
채무보증을 한 우량 계열사에 대한 대책도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400억 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외환보유고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대외신용등급은 부적격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외자유치를 위한 여러 제도 정비를 신정부가 단행하였지마는 기업과
금융부문에 농축된 거대한 부실의 덩치를 어떻게 처리할지 국제 투자가들은
아직도 관망하고 있다.

우리는 사실상 전면적 자본자유화.외환자유화를 제도적으로 단행하였다.

이제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철저하게 국제자본의 투명성 논리에서 우리의 기초체력을 쌓아가고 있으며,
우리의 경제체질을 국제공준 친화형으로 고쳐가는데 필사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에 주지시켜 "신뢰"를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

압축성장에서 배태된 부실의 양산구조를 이제 압축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고 제방이 무너지는 형국을 절대
자초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퇴출기업의 정리를 신호탄으로 은행 구조조정, 그리고 공기업과
정부부문의 구조조정을 더욱 강도높게 추진해야 한다.

국제 기준에 철저하게 충실하고 투명한 원칙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대내외에 걸친 신뢰감회복과 함께 그동안 우리가 일구어 놓은 산업의 기초
체력은 다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년 사이 아시아를 빠져나가는 자본은 1천1백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들 자금은 수익성과 안정성이 보장되는 새로운 투자선을 찾아 배회하고
있다.

부실에서 빠져나와 거듭나기를 확실하게 대내외에 보여줄 때 이들
국제자본의 유입과 미국과 IMF로부터 한차원 높은 국제적 협력까지도
우리는 얻어 낼 수 있다.

부실 사기업과 공기업, 그리고 부실 금융기관의 확실한 정리는 우리
경제를 뒤덮고 있는 불확실성을 제거시켜 준다.

우량으로 살아남는 금융기관과 우량기업이 상생하는 선순환 고리를 빨리
정착시키는데 우리 모두가 동참할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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