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어떤 외국 경제학자 한분이 오찬연설에서 말하기를 우리가 오늘날
당면과제인 구조조정 등 일련의 개혁조치를 때맞춰 하지 않고 어물쩍거린다면
그것은 바로 차세대로부터 훔치는 것(You steal from your young)이 된다고
했다.

어차피 해야할 개혁을 뒤로 미룬다면 뒷날 개혁비용은 엄청나게 불어날
것이며 그 비용은 결국 우리의 차세대가 부담하거나 또는 부담할 능력이
없으면 파탄에 빠지고 말 수도 있다는 무서운 경고도 덧붙였다.

스스로는 어렵게 살아왔더라도 다음 세대만큼은 무지와 빈곤으로부터
탈출시켜 줘야 한다는 굳센 각오로 자녀들에 대한 뜨거운 교육열과 함께
경제기적을 이룩한 이 땅의 많은 부모들은 이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 주위에는 적수공권으로 출발해 갖은 고생끝에 상당한 부를 창출한
입지전적인 분들의 성공스토리가 많다.

그러나 그러한 분들중에는 늘어난 부에 자만하여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거나
또는 재산을 제대로 관리할 능력이 모자라 마침내는 모든 것이 남가일몽이
되고만 분들도 상당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기적에 가까운 성장을 이룩하고도 지금 냉혹한 IMF
체제하에 놓이게 된것은 어쨌든 우리 탓일 뿐이다.

경제개발에 참여한 세대들은 원래 어려운 상태에서 출발하였으므로 우리
경제가 다소 힘들더라도 견디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생을 모르고 자라난 우리의 차세대들은 다르다.

우리의 차세대들이 세계의 차세대들과 당당히 경쟁해 우리나라가 21세기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튼튼한 바탕을 마련해 줘야 한다.

우리 차세대들의 다소 느슨한 생활자세가 못마땅한 점도 있지만 그것은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그럴뿐이다.

신세대들의 긍정적인 사고방식, 정직하고 솔직한 태도는 매우 믿음직스럽고
마음 든든하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잘못된 구조와 관행을 빨리 개혁해야 한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