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중인 기업구조조정 정책이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15일 내놓은 "기업
구조조정 및 지배구조개선" 보고서에서 "기업형태나 지배구조는 사업성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기업들이 정부 방침대로 내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낮추려면
2백20조원어치의 자산을 팔아야 한다"며 정부가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CG 관계자는 "해외 구조조정 사례와 비교해 볼 때 정부의 방침은 경쟁력
제고와 무관한 방향에 집중돼 있다"며 "정부는 시장경제원칙 중심의 구조
조정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CG는 지난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의뢰를 받아 국내 대기업정책을 세계
각국의 구조조정 사례와 비교,분석하는 작업을 벌여 왔다.

다음은 BCG의 부분별 분석 결과.


<> 사업구조조정

사업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업형태가 아니라 관리 및 운영방식이다.

고성과 복합그룹을 분리하는 것은 가치를 파괴할 수도 있다.

미국 유럽 호주 등 세계 2백50개 복합사업그룹에 대한 분석 결과 주주에
대한 이익창출은 사업다각화 정도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50개 상위다각화그룹의 지난 10년간 총주주수익률은 시장평균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도 다각화정도와 경영성과 사이에는 뚜렷한 연관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래서 각 그룹별로 상이한 구조조정접근법이 필요하다.

30대그룹 전체가 비다각화기업이 될 필요는 없다.


<> 재무구조개선

부채비율은 자본시장의 발달 정도와 관련이 크다.

한국은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못한데다 정부와 금융기관의 투자지침이
기업의 높은 부채비율을 초래했다.

차입경영에 대한 벌칙부과 메커니즘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는 부채비율이 2백%에서 4백%로 증가하는 경우 2~5%의 추가적인
자본비용이 발생한다.

자본시장에서 차입경영 제재 기능이 수행되지 않는 한 기업은 차입경영체제
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밖에 없다.

한국 기업의 부채비율은 높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1인당 GDP가 1만달러에 도달했을 때를 기준으로 다른 나라와 비교
해서는 그렇게 높은 것만은 아니다.

일본은 지난 76년 부채비율이 4백88%에 달했다.

한국은 95년에 2백87% 밖에 되지 않았다.

업종에 관계없이 부채비율을 내년까지 2백% 이하로 낮추는 것은 무리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도 각 기업들이 상당량의 부채를 줄이는데
2~3년이 소요됐다.

한국이 작년말 현재 5백19%인 부채비율을 내년말까지 2백%로 낮추기
위해서는 2백20조원어치의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또는 73조원의 부채를 자본으로 바꾸거나 아니면 1백10조원의 순수 자본
유입이 필요하다.

현실성이 부족하다.


<> 경영투명성 증대 및 지배구조개선

기업소유 형태는 경영성과와 관련이 없다.

오너체제가 문제될 것이 없다.

다수의 해외 선도기업들이 가족에 의해 소유되고 경영되고 있다.

독일 ABB사는 발렌버그 가문이 5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한국과 기업경영형태가 비슷한 국가에서는 평균적으로 35%의 가족 지분
소유율을 보인다.

한국의 경우 20개 상위 상장 대기업의 가족지분율은 25%밖에 안된다.

기획실과 같은 그룹조정센터는 기업 다각화 정도와 무관한 세계적인 선진
경영관행이다.

각 기업은 지주회사 도입에 대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그룹조정센터와 지주회사를 허용하는 대신 모기업과 자회사간의
경영투명성 확보에 산업정책의 초점을 맞추면 된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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