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한국경제 최대의 화두는 구조조정이다.

재계와 금융계는 이미 구조조정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속도와 성과가 아직 미흡하다는게 정부시각이다.

정부는 자율적으로 안되면 타율적으로라도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와관련, 방미중 "올해안에 금융및 기업의 구조조정을
끝내겠다"고 말해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였다.

재계는 현재 채권은행단에서 작성한 퇴출기업 명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퇴출기업 명단이 발표되면 기업구조조정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을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대기업들은 일부 계열사 정리와 사업구조조정, 재무구조개선 등 산적한
문제들이 쌓여있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돕기 위해 "구조조정 이렇게 하자"란 주제로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의 글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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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조정( restructuring )의 어원과 배경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두는 재벌그룹의 구조조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재벌에 의해 이끌려 왔다.

재벌그룹의 경쟁력은 곧 한국의 경쟁력이었고, 재벌의 취약점은 한국 경제의
취약점이었다.

따라서 한국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계기 역시 재벌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한국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재벌그룹의
환골탈태, 즉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구조조정이란 무엇인가.

이 단어가 경제 경영 분야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81년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으로 취임해 "공급 중심의 경제정책(Supply Side
Economics)"을 채택하면서 부터다.

이 정책은 공급을 늘려 물가를 낮춤으로써 수요를 촉진하자는 것이었다.

특히 소득세율을 떨어뜨려 기업으로 하여금 이익을 더 많이 유보케 하고
이 것으로 생산시설에 투자하도록 하자는 것이 바로 이 정책의 골자였다.

그러나 미국기업들은 낮은 세율로 확보한 유보이익을 생산시설에 투자하지
않고 증권시장으로 가지고 가서 단기 투기적이고 약탈적인 M&A를 시작했다.

한 예로 재무구조가 양호한 어떤 회사의 자산가치가 1억달러인데 반해
증권시장에서 이 회사 주식을 1백% 사는데 필요한 돈, 즉 싯가총액은 5천만
달러밖에 안 든다면 이 회사의 주식을 몽땅 사서 조각조각 팔아버림으로써
당장 5천만달러를 벌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기업사냥꾼의 과녁이 된 회사는 스스로를 방어할수 있는 대안을
찾아 냈다.

일부러 은행차입을 늘려 부채비율을 증가시키고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입하여
재무구조를 나쁘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서 재무구조 조정(Financial Restructuring : FR)이라는 표현이
생겨났다.

그 중에서도 부정적 재무구조 조정(Negative FR), 즉 해당 회사의 상황이
너무 좋아 M&A의 대상이 되는 경우 이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한 것이다.

이렇듯 구조조정이란 단어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다분히 담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M&A를 주도해서 타사를 흡수 합병하는 회사도 기존 사업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상품구조는 어떻게 조정하고, 시장구조는 얼마나 변화시키며,
인력구조는 어떻게 조정하고, 조직구조는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검토하지
않을수 없게 되었다.

그후 90년대에 들어와서는 M&A와 직접 관련 없는 기업에서도 경영을
혁신하는 수단으로서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지난 연말 시작된 경제위기 속에서 IMF가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정부가
재벌그룹에 요구하고 있는 구조조정도 바로 이같은 시대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 구조조정의 종류와 수순 =구조조정은 기업의 모든 경영분야에 대해
적용할수 있다.

우선 손익계산서를 살펴보자.

경영자의 성과는 기업이 얼마나 큰 이익 또는 손해를 냈느냐에 의해
판가름난다.

여기에서 손해를 줄이거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손익구조
조정이고, 그중에서 비용 항목을 변화시키는 것이 비용구조조정이다.

조직도표에서도 구조조정이 일어나는데 인력구조조정은 채용규모 축소,
임금삭감, 재교육, 전환배치, 계열사 파견,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다음으로 팀제를 도입하거나 유사한 부.과를 통폐합함으로써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장과 사원 사이의 의사결정단계를 7~8단계에서 3~4단계로
줄이는 조직구조 재설계가 일어나는데 이것이 조직구조조정이다.

여러 제품중에 매출을 신장시키고 이익을 낼 부문과 전망이 어두운 부문을
구분하여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제품구조조정이며 수.출입, 현지생산
판매 등 방법을 써서 무차별적으로 진출하던 해외 시장 중에서 특화할
지역과 포기할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시장구조조정이다.

대차대조표상에서도 구조조정이 일어난다.

대변항목에 있는 부채와 자기자본의 비율을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또한
미래에 다가올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부채를 줄이고 자기자본을 높여
부채비율을 개선하는 것이 재무구조조정이며, 차변 항목에 있는 공장이나
기타시설 등 회사가 보유한 자산이 여러 산업에 투입되어 있을 때 집중투자할
사업과 포기할 사업을 구별하는 것이 사업구조조정이다 .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을 살펴보면 상여금 복리후생비
교육훈련비 등 비용을 줄이지 않는 회사가 없고,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
인력을 줄이지 않는 회사가 없을 정도로 비용구조, 인력구조를 조정하고
있다.

또 부분적으로 조직구조, 시장구조, 제품구조를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무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사업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구조조정은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에는 엄연한 수순이 있다.

올바른 수순은 비용 인력 등 잔가지가 아니라 뿌리와 큰 줄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먼저 큰 규모로 사업구조를 조정하고, 한계사업을 정리하여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확보한 재원으로 재무구조를 조정하고, 그 수준에 맞는 제품과
시장구조를 조정한다.

그리고는 새로운 사업구조에 맞는 조직형태를 갖추고, 인력을 재조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비용구조와 손익구조는 자연스럽게 조정된다.

기업이 여행경비 교육비 연구개발비를 조금 줄인다고 해서 정부와
금융기관이 원하는 수준, 예컨대 부채비율 2백% 수준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먼저 사업구조와 재무구조가 조정돼야 불필요한 사업에 대한 낭비성 투자가
줄어들고, 부채에 대한 이자부담이 줄어들게 되므로 근본적인 재무구조조정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백년하청격으로 너무 작은 것, 자질구레한 일에
매달려 있다.

바둑을 둘 때 수순을 그르치면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하듯이 사업구조
조정에서 시작하여 손익구조조정에 이르는 이 과정도 순서를 정확히 지켜야
한다.

그런데 왜 한국 기업의 경영자들은 틀린 수순을 택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자명하다.

창업을 직접 이루어냈거나 옆에서 보아온, 소위 오너라고 불리는 대주주
경영자들은 사업구조조정을 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업을 자신의 것, 즉 개인의 소유물로 간주한다.

이 같은 대주주 경영자들의 의식구조조정이 일어나지 않는 한 기업들이
사업구조조정을 스스로 추진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이다.


<> 대주주 견제장치 =대주주 경영자들의 의식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의 지배구조조정을 통해 소액주주의 권한을 법적으로 뒷받침
해주고, 사외이사제도를 활성화하여 대주주 경영자들의 독선을 견제해야
한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는 재벌, 즉 몇몇 대기업집단의 회장들을 통해 자동차
반도체 정보통신 등 정부가 원하는 정책사업을 추진해왔다.

따라서 대기업집단의 경영을 다양한 견해를 가진 소액주주들에게 공개하는
것보다는 대주주 경영자들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투명한 경영을 지향하는 지배구조를 도입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정부가 재벌구조조정, 즉 그동안 재벌그룹을 정책 수단으로 하여 경제개발을
해오던 기존 방식을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산업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축소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축구선수단의 코치처럼 능동적으로 기업경영에 대한 개입을 하는
것이 좋은가, 축구경기의 심판처럼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기업경영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상충한다.

지난 30여년간 한국정부는 기업에 대해 심판 역할보다는 코치 역할 쪽에
비중을 두고 국민경제를 앞에서 이끌어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가 재벌에 대한 정책을 변경하려면 앞으로는 기업에 대해서
심판 역할만 하겠다는 산업구조 조정정책에 대한 자세변화가 선결조건인
것이다.

그러면 바람직한 정부 역할은 심판과 코치중에 어느 쪽이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정답은 한국경제가 21세기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지도자의 비전이 경제구조조정을 통해 가시화될 때 비로소
나타난다.

한국경제가 70년대처럼 수출주도형 불균형성장을 선택한다면 정부의
능동적인 개입은 필요할 뿐 아니라 큰 도움을 준다.

이와 달리 한국 경제가 시장 메커니즘 속에 존재하는 경쟁체제를
받아들이겠다면 정부의 역할은 최소한으로 축소되어야 한다.

그러나 경제구조에 대한 정부의 선택도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민의 가치구조
조정에 좌우된다.

즉 주주가 기업의 주인인 미국식 자본주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같이
참여하는 유럽식 자본주의, 종업원이 주인인 일본식 자본주의, 그리고 대주주
경영자가 주인인 한국식 자본주의 중에서 국민이 어느 것을 선호하는가에
따라 경제구조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산업구조도, 기업차원에서의 구조도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미시적 수준(micro level)의 기업구조조정은 중간 수준(meso level)의
산업구조조정, 거시적 수준(macro level)의 경제구조조정, 그리고 초월적
수준(meta level)의 국민가치구조조정을 모두 적절하게 달성한 다음에
시도해야 시행의 성공률과 궁극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조동성 < 서울대 경영대 교수 cho@ips.or.kr >


[ 약 력 ]

<>49년 서울 출생
<>경기고/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피츠버그대 객원교수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초청부교수
<>서울대 기획부실장
<>핀란드 헬싱키 경제경영대학 초청교수(매년 여름학기)
<>호주 시드니 경영대학원 초청교수(매년 겨울학기)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