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이 순식간에 "리딩뱅크(선도은행)" 후보로 부상했다.

은행간 합병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김종훈 루슨트 테크놀로지 사장이 2억달러를 조흥은행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덕분이다.

조흥은행은 올해가 창립 1백1주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법인기업이다.

역사에 걸맞게 위상도 그럴듯 했다.

90년대초에는 수위은행을 달렸다.

그러나 작년에 대규모 부실여신이 발생, 자구은행으로 전락했다.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에 미달한 탓이다.

때문에 금융계에선 "조흥은행이 다시 리딩뱅크로 부상하기는 어려울 것"
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팽배해 있었다.

실제 생긴지 16년밖에 안된 신한은행의 합병대상으로 거론되는 등 수모를
겪어 왔다.

또 주가가 낮아 외국자본 유치나 증자가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간주
되기도 했다.

급기야는 은행의 운명을 금융감독위원회의 "처분"에 맡겨야 하는 것으로
치부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 사장의 투자결정은 이런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켰다.

리딩뱅크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는게 조흥은행의 자체 평가다.

조흥은행은 앞으로 독일 코메르츠 은행과 합작에 성공한 외환은행과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한판 자웅을 겨룰 전망이다.

외환은행은 국제금융전문은행이란 점을, 조흥은행은 "소매+국제금융"에
강한 은행이란 점을 집중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강력한 경쟁상대이긴 하다.

그러나 두 은행 모두 소매금융 특화은행이란 점에서 다소 비켜나 있다.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해외투자가의 지분참여가 마무리될 경우
본격적인 몸집불리기에 나설 공산도 크다.

은행 구조조정의 회오리속에서 "대형화만이 살길"이란 원칙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조흥은행은 그동안 신한 주택 대구은행 등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조흥은행의 합작성공은 은행합병 구도도 뒤흔들어 놓을게 뻔하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