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방선거가 끝났다.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당락의 윤곽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선거기간중에도 그랬지만,오늘 아침에도 다른 때의 선거
그 다음날과는 차이가 없지않은 것 처럼 느껴진다.

그 어느 때 보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치르진 선거인데다 이제부터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답답하고 걱정스럽기만 하다.

우선 민노총은 오는 10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대규모 사업장의 생산직 근로자에 대한 정리해고를 선거이후로 미뤄 놨던
만큼 이래저래 산업현장의 긴장과 불안은 높아지고만 있는 국면이다.

은행및 기업구조조정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변화가 닥쳐올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IMF의 고통이 더욱 강도높게 몰아칠 것이라고 봐야 한다.

국민 모두가 나라 경제 전체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하는게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점이다.

IMF체제 6개월을 넘긴 우리 경제는 지금 어디까지 와있고, 그렇기 때문에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바닥을 기고있는 제조업가동률,환율이 엄청나게 올랐지만 줄어든 수출,
그것이 우리 경제의 현실이다.

주가가 폭락하는 것은 따지고 보면 당연하다.

우리경제를 이 지경까지 몰고온 구조적인 요인들에 대한 수술은 계속
미뤄져온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해외투자자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시각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제2의 외환위기를 맞지 않기 위해서도
달리 방법이 있을 까닭이 없다.

기업과 근로자 어느 쪽도 고통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파업 등 물리적인 힘으로 풀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다.

타개의 방법을 제시하고 결단을 내려야할 책무가 정치권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으로 시종한 지방선거과정은 정말 실망
스러운 일이다.

진흙탕 속의 개싸움보다 나을 것이 없었던 지방선거의 후유증이 오늘의
경제현실을 풀어나가는데 장애가 되지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여야가 서로 상대방을 갖가지 명목으로 고발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방문이 끝나면 대폭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정계개편까지
겹쳐 정쟁이 더욱 격화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선거철이 지났다는 사실을 여야가 분명히 인식하고 경제와 민생을
위해 협조해야 한다.

인기영합적인 우유부단에서 벗어나야할 것은 물론이고 당리당략 때문에
결론을 지연시키는 일도 되풀이돼선 안된다.

여야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경제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수술을 미룰 여유도, 그 고통을 피할 수 있다는 착각도 금물이다.

이젠 정말 경제를 생각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