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는 28일 남덕우 전총리(무협고문)를 초청, 무역회관에서
"구조조정과 재정의 역할"을 주제로 특별강연회를 개최했다.

남 전부총리는 이자리에서 가칭 갱생공사와 같은 부실채권 처리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고금리및 자금경색이 부실기업을 만들고 부실기업이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을 조속히 단절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 전총리의 강연내용을 요약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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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자금의 투입 불가피성 =지금 멀쩡한 중소기업들이 쓰러지고 있다.

살인적 고금리와 금융기관의 대출기피에 기인한다.

이들은 외환위기의 주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국제통화기금(IMF)충격요법의
무고한 희생자가 되고 있다.

금융기관의 대출기피는 통화긴축영향도 있지만 기업의 경영과 재무상태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차에 IMF한파가 닥치면서 기업의 옥석을 가리지도 않고 무조건 대출에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기피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IMF가 요구하는
은행 건전성비율이 사활의 문제로 등장한 까닭이다.

이러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정부가 제아무리 금융기관에 대출을
독려해도 마이동풍일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이 정상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선 두가지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첫째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을 말끔히 정리해야 한다.

부실채권을 정리하려면 담보물이나 기업을 팔아넘겨야 한다.

그런데 매입하려는 투자자가 없다.

둘째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나면 금융기관에는 엄청난 매각손이 발생,
그로인해 자본을 대부분 까먹게 된다.

금융기관이 건전성을 유지하자면 자본증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증권시세가 바닥을 헤매고 있다.

지금 누가 은행주식을 사려 하는가.

따라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과 주식을 일시적으로라도 정부가 사주지
않으면 금융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

IMF가 한국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정부에 자금지원을
하는 것처럼 정부도 경제전체의 붕괴를 예방하기 위해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금융파탄이 생기면 민간 금융에 정부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상례다.

미국과 멕시코도 그랬다.

일본도 최근 금융구조개혁을 위해 30조엔(약3백조원)의 공적 자금을 추가
투자키로 했다.

결국 재정자금으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매수하고 그로인한 자본잠식을
보충하기 위해 증자지원을 하게 된다.

파산은행의 예금을 대신 지불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불행한 일이지만 더 큰 불행을 막기위해 국민들이 이를 감수하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정부공채발행계획의 문제점 =정부는 최근 금융기관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50조원의 채권발행계획을 밝혔다.

부실채권 매입에 25조원, 증자지원에 16조원, 퇴출은행 예금대불에
9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IMF충격하에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은 계속 늘어가고 있다.

협의의 부실채권만도 앞으로 1백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중 절반인 50조원은 금융기관 손실로 나타나고 나머지 50조원중 25조원은
금융기관 자체 매각정리, 25조원은 성업공사가 매입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성업공사는 이를위해 25조원의 채권을 발행, 금융기관에 매입대금을
지급하고 후일에 부실채권을 매각한 돈으로 채권을 소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에 문제가 있다.

우선 25조원의 금융기관 자체매각 정리다.

금융기관은 이 기회에 부실채권을 말끔히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지금과 똑같은 불투명한 업무태도가 계속된다.

모든 부실채권을 금융기관에서 분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경험에서도 부실채권매각을 전담기구에 맡기는 것이 보다
더 능률적이고 금융기관의 정상업무를 충실하게 했다는 보고가 있다.

모든 부실채권을 성업공사로 넘기고 매듭을 지어야 한다.

25조원의 자체정리를 성업공사 매수로 돌리면 채권의 추가 발행이 필요한데
성업공사가 매각대금을 회전해 사용하면 채권발행을 어느정도 절감할 수있다.

또 부실채권 매각손에 따른 금융기관의 충당방법도 문제가 있다.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20조원을 증자토록 하고 있지만 이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

이 금액은 현 상장주식 평가액의 20%에 이르는 막대한 액수이기 때문이다.


<>보완방향 =정부의 구조조정 촉진계획은 아직 기본 구상단계로 생각되는데
실효를 위해선 몇가지가 보완돼야 한다.

먼저 부실기업의 발생예방 조치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고금리및 자금경색이 부실기업을 만들고 부실기업증가로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어렵게 되는 악순환을 단절해야 한다.

최근 캉드쉬 IMF총재가 금리인하정책에 동의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지금과 같은 불황에서는 통화증발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통화공급을 늘리는 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을 평가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일체의 자산을
안정성 기준으로 등급화할 필요가 제기된다.

예컨데 A, B, C, D 등 등급으로 분류하고 자산위험도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률에 차등을 두는 방안이다.

D급은 1백%, C급은 70%처럼.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금융기관의 부담이 과중한 만큼 수치를 경감하는 방향으로
비율을 조절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BIS(국제결제은행)자본 비율도 신축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해외업무를 하는 금융기관과 하지 않는 금융기관에 부과하는 자본비율을
달리해야 한다.

해외업무를 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정부가 허가하는 업무종류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도 생각해 볼일이다.

특히 8%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시한연장도 고려해 봄직하다.

원래 BIS자본비율은 지난 88년 G12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합의된 일종의
정치적 숫자다.

여기에 어떠한 절대적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BIS기준 충족을 단계화하면 금융기관과 정부의 증자부담을 줄일 수있다.

IMF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


<>부실기업정리 =어쩔 수없이 부실채권과 은행주식을 정부가 사주어야할
형편이다.

또 한가지 기업들이 팔아야 하는데 팔기 어려운 대상이 바로 부실기업
자체다.

회생 가망이 없는 부실기업은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동시에 자금과 경영능력을 도입하면 회생할 수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은
적극 살리는 것이 국가적으로 이익이다.

그러나 기업을 정리하는 메커니즘이 확립돼 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재벌에 대해 부실기업을 빨리 정리하라고 촉구하고
가시화된 것이 없다고 불평이다.

그러나 재벌이 일부 자산이나 기업을 매각하려고 해도 국내에서 살만한
기업이나 투자자가 없다.

외국인에게 팔려고해도 교섭에 적지않는 시간이 걸린다.

기업들이 이런 중간에서 금융기관과 정부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한다.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범하지 않은 방법으로 기업회생책을 강구하면
된다.

한 모델을 제시한다.

첫째 금융계 정부 세계은행 외국 금융기관 등이 출자하는 가칭
기업갱생공사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한다.

성업공사를 확대 개편할 수도 있다.

둘째 금융기관은 구제불능으로 판단된 기업에 대해 대출을 중단하고
청산절차에 들어간다.

고통이 있겠지만 단호하게 처리해야 한다.

셋째 금융기관은 회생이 가능하다고 판단된 기업은 기업주에게 처분하든지
갱생공사에 매도를 종용한다.

넷째 갱생공사와 부실기업은 자산과 부채를 투명하게 시가로 평가해
매매가격을 결정한다.

순부채가 자본금을 초과하면 감자(자본금을 줄임)한다.

극단적인 경우 무상매매도 가능하다.

다섯째 갱생공사는 지주회사로서 부실기업의 경영자를 선임, 구조개선을
추진한다.

종래 경영진은 기업부실화의 책임을 물어 퇴진시킨다.

여섯째 채권 금융기관은 인수기업에 대한 채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출자로
전환한다.

경우에 따라 협조융자도 할 수있다.

주식소유비율을 불문하고 금융기관은 갱생회사와 의사결정권을 공유한다.

일곱째 부실기업의 새로운 경영진은 합작투자 등을 통해 안정된 재무상태
아래서 기업경영을 개선한다.

경영이 정상화되면 금융기관은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매각, 채권을
회수한다.

다음 새 자본주나 경영주체가 기업을 인수 운영하게 한다.

이 모델아래서는 재벌이건 아니건 금융기관이 부실기업으로 판정하면
등급에 따라 청산절차를 밟거나 기업갱생공사에 매도돼 주인이 바뀐다.

따라서 재벌의 무성의나 부작위를 시비할 필요가 없다.

부실기업이 정상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것은 재벌과는 별개의
문제가 된다.

환자 병세에 대해 수술전에 말이 많은 것이지 일단 수술에 들어가면 회복을
기다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업갱생공사에 외국기관의 참여를 바라는 이유는 정치적 영향을
배제하고 공정하고 엄격한 업무처리를 위해서다.

사상최대의 경제난을 극복키 위해 사상최대의 재정자금을 투입하게 됐다.

이로써 우리 금융과 기업계의 개혁을 가져올 수 있다면 부득이한 댓가다.

이의 성공여부는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있다.

조급하게 부실채권이나 부실기업을 팔려고 하면 우리의 자산이 터무니없이
헐값에 외국으로 넘어간다.

부실채권 처리시스템을 만들고 이에따라 작동하는 과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 구조조정의 기본 원칙을 세우고 고수해야 한다.

금융 주주 경영진 채권자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구조조정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국민세금을 사용할 명분이 없다.

특히 정치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현실을 호도하는 정책은 안된다.

끊고 맺는 결단이 중요한 시기다.

금융기관과 기업계의 구조조정에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도적인 요청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구조조정의 근본 목적은 금융의 자립실현이기 때문이다.

< 정리= 윤진식 기자 js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