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5위의 PC제조회사인 대만의 에이서 컴퓨터(AcerComputers)는 1993년
러시아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대만에서 서유럽을 거쳐 러시아로 PC를 보내기
시작한다.

첫 석달동안 판매실적은 2백만달러였으나 94년에는 2천2백만달러, 95년에는
무려 4천2백만달러로 늘어난다.

판매실적에 고무된 에이서는 1995년 현지에서 컴퓨터를 조립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러시아에 공장을 세우는 것은 무척 어렵고 위험한 일이었다.

우선 러시아에는 범죄가 많고 관리들은 해외투자자를 좋은 먹이로 보았으며,
세금문제 또한 보통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에이서는 러시아가 아닌 핀란드에 투자하기로 한다.

그런데 러시아에서는 컴퓨터를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화이트", 국내에서
만든 "레드", 그리고 아시아에서 온 "옐로" 등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그중 "화이트"를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풍조는 핀란드에서 만들어진 에이서 컴퓨터의 판매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러시아 시장전체의 PC수요는 96년에도 약 15%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에이서의
판매는 거의 늘지 않았다.

새로 나타나기 시작한 러시아회사들이 시장점유율을 급격히 늘렸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점차 국산 "레드"컴퓨터를 신뢰하기 시작하였고, 외국산
컴퓨터는 높은 가격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 결과 96년에는 시장의 3분의2를 러시아회사들이 차지하게 된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첫째 아무리 잘 된 결정이라도 얼마든지 예상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둘째 기업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일수록 예기치 못한 사태가 일어날
경우에 대비한 대응책을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한다.

유필화 < 성균관대 교수 / 경영학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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